(창세기 12:1)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이스라엘의 역사는 사실상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내린 ‘떠나라’는 분리의 명령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족장들이 살았던 당시의 편만했던 죄악 세상으로부터의 분리였습니다. 분리의 궁극적 목적은, 구속사의 결정적인 때까지 경건한 신앙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바로 그 분리의 역사를 주관해 오신 하나님의 눈물과 땀의 최종 결정체로서, 인류 구원 역사를 위한 건실한 종자였습니다.

 

1. 노아 이후 족장들의 분리의 역사 

셋 계열의 족보 가운데 특별히 셈의 아들 아르박삿부터 아브라함까지 족장들의 이름 속에는 신앙의 정착을 위해 세상에서 떠나는 끊임없는 분리가 점진적으로 암시되어 있습니다.

 

 1) 아르박삿 – 영역 

기존의 땅으로부터 자기들만의 새로운 영역으로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작은 민족인 이스라엘을 택하여 자기의 영역으로 세우셨습니다 (출 19:6, 신 7:6-7). 예수님께서 오신 땅은 바로 ‘자기 땅(영역)’입니다 (요 1:11). 우리 또한 하나님이 택하신 ‘자기 영역(땅)’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된 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출 19:5), 거룩한 영역이 되어야 합니다 (출 19:6, 벧전 2:9).

 

2) 셀라 – (멀리 밖으로) 내던지다 

특정한 방향이나 목표를 가지고 다른 먼 곳으로 보내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하나님의 목적과 뜻이 있는 곳이라면, 가장 비천한 곳에 내던짐을 당한다 할지라도 지금 사는 영역을 훌훌 벗어던지고 떠나는 결단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우리도 생명의 복음, 구원의 복음을 가지고 담대히 세상에 내던져질 때 (마 4:18-22, 28:18-20),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새로운 영역이 온 천하로 확장될 것입니다.

 

 3) 에벨 –  건너온 자 

강을 건너서 어떤 곳을 향해 계속 움직여 나간다는 뜻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험준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다윗 (시 18:29)과 사도바울 (고전 15:10)이 수많은 장애물을 오직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극복한 것처럼, 오늘 우리도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죄악의 강을 건너는 분리의 결단을 통하여 복음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4) 벨렉 – 분리되다, 나누다 

일차적으로는 당시 바벨탑 사건으로 인한 민족의 분열을 보여 주고 있으나 (창 11:9), 긍정적인 의미로 분리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온통 혼합되어있는 부정한 신앙 상태에서, 믿음과 불신, 선과 악, 빛과 어둠, 영과 육이 분리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고후 6:14-16). 가나안 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아픔을 겪으며 모든 불신앙의 바벨론에서 분리되어 나와야 합니다 (계 18:2-4).

 

 5) 르우 – 친구, 특별한 관계 

세상과의 분리를 위해서는 ‘하나님의 친구’로 칭함을 받을 정도의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창 18:17, 요 15:14-15). ‘하나님의 벗’이라는 위대한 별명을 받은 아브라함과 같이 (대하 20:7, 사 41:8, 약 2:23)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행하는 순종의 사람 (요 15:14), 진실한 기도의 사람 (신 4:7)들이 되어야 합니다.

 

 6) 스룩 – 칭칭 감는 넝쿨, 매우 단단한 힘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혼을 넝쿨처럼 칭칭 감아 세상으로 빠지지 못하게 하는 분리의 역사가 가능케 됩니다 (요 15:7). 성도는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오직 말씀과 기도로만 거룩해지며 (딤전 4:5), 하나님의 강권적인 사랑이 단단히 붙잡으실 때 분리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고후 5:14).

 

 7) 나홀 – 거친 숨, 헐떡거리다 

죄악과 맞서 승리하기까지 싸우는 적극적인 투쟁의 모습을 말합니다 (롬 7:16-25). 우리가 주의 일을 행할 때에 ‘자기 열심’ (마 16:22-23)이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으로 해야 합니다 (고후 7:11). 하나님의 열심으로 ‘더 많이 수고하는 일’은 받은 은혜를 보답하는 길이요 죄악에서 분리되는 거룩한 방법입니다 (고전 15:10).

 

 8) 데라 – 이주하다, 지체하다 

데라의 삶은 우리가 계속적인 이주의 삶을 살아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만일 데라가 하란에서 다시 가나안까지 이주하였더라면 그는 아브라함과 함께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 되었을 것입니다. 데라의 또 다른 뜻인 ‘지체하다, 미루다’에서 보듯이 사단은 하란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통하여 우리를 붙잡고 하나님의 뜻이 지체되도록 만듭니다. 우리의 마음이 땅에 있는 보물에 붙잡혀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마 6:21, 눅 12:34).

 

벨렉부터 아브라함 이전까지의 족장들은 죄악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 자들입니다. 그들의 이름은 구속사적으로 하나님이 아브라함 한 사람을 어떻게 분리시켜 데리고 나오셨는지, ‘분리하는 과정과 방법’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분리는 간절한 회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구원 역사의 끝이 이를 때까지 이 땅에 안주하지 않고 전진해 나갈 때, 세상과 분리된 거룩한 성도로서 마침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2. 아브라함의 분리의 역사 

그의 삶에 나타나는 4단계의 중요한 분리는 성도의 신앙 단계를 보여줍니다.

 

 1) 첫 번째 분리: 고향 · 친척과의 분리, 아버지 데라와의 분리(창 12:1, 행 7:2-4)

조상들이 우상을 숭배하던 갈대아 우르에서 떠난 것은 신앙의 첫 단계인 세상과의 분리를 나타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척을 떠나라’고 말씀하셨을 때 (행 7:3) 아브라함은 아버지 데라와 함께 떠났으나, 데라가 중간 지점인 하란에서 머물자 하나님은 아브라함 75세 때 두 번째로 부르셔서 고향과 친척 뿐만 아니라 ‘아비 집을 떠나라’ (창 12:1)고 명령하셨습니다. 사도행전 7:4에서 ‘아비 데라가 죽은 후에야 하란을 떠났다’고 한 말씀*은, 부친에 대한 정(情)이 완전히 분리되었음을 의미하며,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만 좇으려는 신앙의 결단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줍니다 (창 12:4).

* 구속사 자료 1권 1) 데라가 아브라함을 낳은 나이 참조

 

 2) 두 번째 분리: 롯과의 분리(창 13장)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세상 욕심을 가진 롯 (창 13:10-11)과 분리시키셨습니다. 이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왔음에도 여전히 세속적이고 우유부단한 상태와의 분리를 의미합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과 분리함으로 주님의 참 제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눅 14:26, 33).

 

 3) 세 번째 분리: 이스마엘과의 분리(창 21장)

약속의 후사 이삭이 태어나자, 아브라함은 인간적 수단과 잔꾀로 태어난 첩의 소생 이스마엘을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축출하게 됩니다 (창 21:10-14). 이것은 하나님의 크신 뜻 앞에 자신의 계획과 능력의 포기, 즉 자기 부정의 단계를 말합니다 (갈 4:30). 우리도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지만 너무도 사랑하여 도저히 놓을 수 없는 것들을 부정해야 합니다. 그럴 때 이삭과 같은, 하나님의 기업을 소유할 자격자가 되는 것입니다.

 

 4) 네 번째 분리: 이삭과의 분리(창 22장)

하나님은 이스마엘을 내어 쫓으라고 하신 다음에, 이삭을 바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가장 소중하게 애착하는 것, 최상의 것을 하나님께 아낌없이 바치는 분리입니다. 아브라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시험을 오직 하나님 한분에 대한 절대 신뢰로 극복해 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까지 하나님께 돌려 드리고, 결국엔 그것이 하나님의 소유임을 인정하는 성숙한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계 4:10-11).

 

오늘날 성도들도 이와 같이 분리를 통해 신앙을 성숙시켜 가는 것입니다. 세상 바벨론에서 나와 그 죄에 참예하지 말고 (계 18:4),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고후 6:14-7:1). 분리의 아픔을 딛고 오직 말씀만 좇아 순종하는 자들에게 아브라함과 동일한 ‘큰 복’의 축복이 임할 것입니다 (갈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