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달력
달력은 태양과 달과 별을 이용한 시간관리 체계로서, 1년을 월, 일, 요일로 구분하고, 절기, 행사일 등의 사항을 날짜를 따라 표시해 놓은 것입니다. 달력의 모든 사항은 해와 달과 별들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해, 달, 별들은 하나님께서 “… 하늘의 궁창에 광명이 있어 주야를 나뉘게 하라 또 그 광명으로 하여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창 1:14)라고 말씀하신 이후에 생기게 되었습니다.
달력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과 단체와 사회, 나아가 국가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그러나 구속사적으로는 하나님의 천지 만물 창조 역사와 인류 구원을 위한 구속사를 기억하고 감사하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경건 생활을 위한 목적에 사용됩니다(시 90:12, 136:7-9).
1. 인류 역사와 달력
인류의 역사에서 달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시기를 알기 위해서 달력은 매우 중요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밤하늘에서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모양이 변하는 달을 주목했고, 달의 모양이 29.5일 주기를 가지고 변하면서, 달의 모양이 약 12번 정도 바뀌면 동일한 계절이 돌아온다는 사실에 따라 태음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태음력에는 큰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태음력에 의하면 1년이 354일(29.5 X 12)이지만, 실제 계절의 변화는 365.2422일마다 찾아오기에 약 11일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음력을 10년만 사용해도, 10년 전에 봄이었던 달이 여름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태음력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었는데, 태양력이나 태양력에 맞춰서 윤달 등을 추가해서 기간을 맞추는 태음태양력이 개발되었습니다.
2. 유대력의 탄생
고대 애굽은 나일강의 범람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수확량을 자랑하는 땅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애굽은 일찍부터 보다 농경에 적합하게 1년을 365일로 나누어 한 달 30일을 10일 주기로 나누고 연말에 5일을 더하는 방식의 태양력 달력을 사용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430년간 노예생활을 하던 당시에 애굽의 10일 주기 태양력 아래에서 생활했기에, 7일 주기의 안식일을 지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4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7일 주기를 모두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출애굽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7일 주기의 새 달력을 회복시켜주셨으며(출 12:2), 안식일과 3대 절기를 가르치셨습니다(출 20:9-11, 23:14-17).
(출 12:2) “이 달로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
성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달력이 바로 이 달력입니다.
유대 달력은 태음력에 윤달을 삽입하여 태양력과 길이를 맞추는 태음태양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년은 354일로 구성되지만, 19년에 7번의 윤년을 두어 윤년에 30일의 윤달(아달 I)을 추가합니다. 또한 유대 달력은 농업 외에도 유대인들의 종교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티쉬리월(7월) 10일 대속죄일이 안식일 전후로 위치하는 경우 연속해서 2일간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8월에 하루를 더하거나 9월에 하루를 빼는 방법으로 1년의 길이를 조정했습니다.
한편,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열두 달의 이름은 숫자로 표시하는가 하면(참고- 왕상 6:1, 왕하 25:1, 3, 8, 25, 27, 대하 3:2 등), 각 달마다 고유한 명칭이 있습니다. 각 달의 명칭은 본래 가나안식으로 붙여졌으나 바벨론 유수 이후 바벨론식 새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3. 1년의 기준 : 니산월과 티쉬리월
달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종교 생활 면에서는 절기의 날짜를 계산하는 것에 있었고, 실생활 면에서는 농경 생활과 국가 운영에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종교력에서는 유월절이 있는 니산월(제 1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았으며, 민간에서는 이른 비가 내려서 밭갈이를 시작하는 티쉬리월(제 7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았습니다. 국정 운영은 백성들의 농업 활동과 밀접한 연관을 가졌기에, 일반적으로 티쉬리월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분열한 이후, 다윗 왕가가 계속해서 통치했던 남 유다는 티쉬리월 기준을 그대로 사용하였지만, 북 이스라엘은 남 유다와의 분리를 위해서 월력 기준을 니산월로 변경하였습니다.
시편 기자는 (시 90:12)에서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정확한 날의 계수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님의 신비롭고 오묘한 섭리를 밝히는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