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 언약의 배경 – 싯딤 골짜기의 전투 (창14장)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 가나안 땅에 들어온 이후 헤브론에 거하고 있을 때 큰 전쟁을 만났습니다. 그 전쟁은 동방에서 온 4개 동맹국과 가나안 5개국 간의 전투로, 성경에 소개된 최초의 국가간 연합전투였습니다(창 14장). 성경은 ‘횃불 언약’에 대한 기사를 “이후에”(창 15:1)라는 말씀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찾아오셔서 구속사에서 가장 중차대한 횃불 언약을 체결하셨는데, 그 시점이 창세기 14장의 사건 “이후에”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횃불 언약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그 배경이 되는 창세기 14장을 알아야 합니다.
창세기 14장에는, 동방 4개 동맹국이 가나안 5개국을 침략하여 점령한 ‘싯딤 골짜기의 전투’(창 14:8-9) 후에 아브라함이 그 강력한 동방 4개국을 물리친 놀라운 승전 역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싯딤 골짜기 : ‘울창한 숲으로 된 골짜기, 소금 계곡, 아카시아의 골짜기’ 등의 뜻으로, “염해”로 불렸으며(창 14:3), 사해 남쪽에 위치하며 역청(천연 아스팔트) 구덩이가 많은 지역(창 14:10)
1. 싯딤 골짜기 전투의 발발과 전개 침략자는 동방의 네 나라 왕들이고(창 14:1), 침략을 받은 자는 가나안 남부 사해 연안에 있는 다섯 나라 왕들이었습니다(창 14:2). 침략 동기는 사해 연안 5개국 동맹군이 그돌라오멜을 12년간 섬기다가 제 13년에 배반하자, 이를 응징하기 위해 제 14년에 엘람 왕 그돌라오멜이 동방의 세 나라(시날 왕 아므라벨, 엘라살 왕 아리옥, 고임 왕 디달)와 동맹하여, 가나안의 다섯 나라(소돔, 고모라, 아드마, 스보임, 벨라)를 친 것입니다(창 14:4-5).
동방의 동맹국들은 사해 연안 다섯 왕과 접전하기 전에 가나안 여섯 족속을 먼저 쳤습니다(창 14:5-7). 그들은 북에서 내려오면서 순서대로 르바 족속(아스드롯 가르나임), 수스 족속(함), 엠 족속(사웨 기랴다임), 호리 족속(세일산)을 쳤고, 아카바만에 있는 엘바란을 거쳐 거침없이 진격하여 아말렉 족속(엔미스밧=가데스), 아모리 족속(하사손다말)까지 쳐서 점령했습니다. 가나안 6개 족속을 완벽하게 점령하기 위해서, 그들은 팔레스타인 전 지역뿐만 아니라 아카바만에 이르는 지역까지 매우 큰 반경으로 움직였습니다. 다메섹에서 남쪽으로 아카바 만의 엘바란까지는 약 448km, 엘바란에서 가데스까지는 약 131km, 가데스부터 싯딤 골짜기까지는 약 107km 거리였습니다.
마침내 싯딤 골짜기에서 동방의 네 왕과 사해 연안의 다섯 왕이 접전하였습니다(창 14:8-9). 접전 결과, 반란을 일으킨 가나안 사해 연안의 5개 동맹국이 대패하였습니다. 가나안 5개 동맹국은 지형지물을 통해 적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계략으로 역청 구덩이가 많은 골짜기를 전투 장소로 잡았는데, 오히려 자신들이 그 역청 구덩이에 빠지고 일부는 산으로 도망하였습니다(창 14:10).
동방 네 왕들은 소돔과 고모라의 모든 재물과 양식을 빼앗아 갔고, 소돔에 거하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도 사로잡고 그 재물까지 노략하여 갔습니다(창 14:11-12). 롯은 세상 물질을 사랑하여 아브라함을 떠나 소돔 성의 악한 사람들(창 13:13-14)과 가까이 지내고 있었는데, 거기서 그동안 모았던 많은 재물을 다 빼앗기고, 자기 자신과 아내와 자식들까지 비참한 포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브라함과 헤어질 때 요단 들판을 선택한 롯은 소돔 가까이에 이르러 장막을 쳤지만 그 장막을 옮겨, 끝내는 소돔 중심부에 들어가 살았습니다(창 13:12). 비록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선택한 땅이 풍요로운 곳이었지만(창 13:10), 거기는 악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고(창 13:13),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전쟁 중에 도망해 온 한 사람으로부터 조카 롯이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는 ‘집에서 길리고 연습한 자 318명’을 거느리고 그돌라오멜의 4개국 동맹군을 추격했습니다(창 14:13-14). 그가 자기 가신 318명을 거느리고 출전한 것은, 그 자신의 허욕이나 야심 때문이 아니고, 골육에 대한 순수한 사랑의 발로였습니다(참고-창 13:8).
동방의 강력한 군사들을 상대로 아브라함이 집에서 연습하고 길린 종 318명을 이끌고 나가서 승전할 확률은 매우 희박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318명을 이끌고 마치 기드온 300용사처럼 나가서 생명을 걸고 추격하였습니다. 아브라함은 마므레(Mamre)에서 단(Dan)까지 약 191km를 쫓아가서, 그 가신을 나누어 밤을 타서 그들을 쳐서 파하였습니다(창 14:14-15). 아브라함의 급습을 받은 저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재침략의 져기를 없애기 위하여 호바(Hobah)까지 쫓아가서, 빼앗겼던 모든 재물과 조카 롯과 부녀와 인민을 다 찾아왔습니다(창 14:15-16).
아브라함은 318명의 적은 숫자로 강력한 4개국 동맹군을 호바까지 쫓아가 격파한 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지혜와 능력을 주신 결과입니다. ‘호바’의 뜻은 ‘은신처’이며, 다메섹 북쪽(세몰)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호바는 유브라데강 근처에 있었는데, 가나안 땅의 북부 경계선이 바로 다메섹 북쪽의 유브라데강이며(창 15:18), 당시 아브라함은 ‘유브라데’를 건너온 “히브리 사람”으로 불렸습니다(창 14:13).
지도로 보는 싯딤 골짜기의 전투
2. 싯딤 골짜기 전투의 구속 경륜
가나안에 거주하는 요단 골짜기와 사해 주변 왕들이 모두 동방의 왕들에게 굴복했지만, 유일하게 아브라함만 그들을 완전히 물리쳤습니다. 이렇듯 아브라함이 유브라데강 근처의 호바까지 올라가서 침략군을 쫓아낸 것은, 장차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아무리 강한 대적도 약속의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며 그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강력한 전조(前兆)였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대승을 거두고 돌아와서 사웨 골짜기(왕의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살렘 왕 멜기세덱을 만났습니다. 아브라함이 침략자들을 유브라데 근처 호바까지 쫓아가서 내쫓은 후에, 살렘 왕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에게 찾아온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 멜기세덱에 대하여 히브리서 7:1-2에서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 여러 임금을 쳐서 죽이고 돌아오는 아브라함을 만나 복을 빈 자”이며, “첫째 의의 왕이요 또 살렘 왕이니 곧 평강의 왕”이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서 아브라함을 축복하였고, 아브라함은 그에게 십분 일을 바쳤습니다(창 14:17-20, 히 7:1-7).
한편, 아브라함을 영접하러 나온 소돔 왕(창 14:17)은 처자식과 백성을 다시 찾은 상황에서 감사했던 나머지, 아브라함에게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품은 네가 취하라”라고 말했습니다(창 14:21). 이때 아브라함은 소돔 왕의 재물을 ‘한 실이나 신들메라도 막론하고 내가 취하지 아니하리라’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앞에 손을 들어 맹세했습니다(창 14:22-23). 아브라함은 소돔 왕 때문에 치부하였다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끄는 318명의 맹공격과 추격을 받아 동방 4개 동맹국이 패했지만, 그들은 재침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컸습니다. 큰 전쟁을 이긴 승전의 기쁨도 잠시였고 또다시 전운이 감도는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이때’를 가리키는 말씀이 창세기 15:1의 “이후에”였던 것입니다. “이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이상 중에” 아브라함에게 임하여 횃불 언약이 체결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찾아오셔서 맨 처음 “아브라함아 두려워 말라 나는 너의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창 15:1). 이것은 아브라함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었다는 증거이며, 하나님께서는 횃불 언약의 체결을 통해 아브라함 속에 있는 두려움을 없애 주시고 이전에 주셨던 언약들을 반드시 이루시겠다고 확증해 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