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의 완성
성막의 완성은 여러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하나님께서 성막의 식양을 계시하시고(출 25-31장), 다음으로 모세가 받은 계시대로 성막 기구들을 제작하였으며(출 35-39장), 마지막으로 성막을 조립하여 봉헌하였습니다(출 40장). 이제 이 순서에 따라 성막이 완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성막 식양에 대한 계시의 순서(출 25-31장)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성막의 식양과 그 기구의 식양을 보여주시고 그대로 지으라고 명령하셨습니다(출 25:9). 각 식양에 대한 계시의 순서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증거궤(출 25:10-22) | ⑧ 성막의 뜰(출 27:9-19) |
② 진설병 상(출 25:23-30) | ⑨ 제사장 의복(출 28:1-43) |
③ 등대(출 25:31-40) | ⑩ 제사장 위임식(출 29:1-46) |
④ 앙장과 덮개(출 26:1-14) | ⑪ 분향단(출 30:1-10) |
⑤ 널판과 은받침과 띠(출 26:15-30) | ⑫ 물두멍(출 30:17-21) |
⑥ 휘장과 문장, 기둥과 기둥 받침(출 26:31-37) | ⑬ 관유와 향(출 30:22-38) |
⑦ 번제단(출 27:1-8) | ⑭ 성막 건축 담당자(출 31:1-11) |
이 순서를 볼 때, 하나님께서는 지성소에 들어가는 증거궤에 대한 계시를 먼저 주시고, 다음으로 성소에 들어가는 기구들인 진설병 상과 등대에 대한 계시를 주셨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성소에 들어가는 ‘분향단’에 대한 계시가 진설병상이나 등대와 같이 주어지지 않고 제사장 위임식 계시 다음에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출 30:1-10). 이것은 분향하는 것이 제사장의 중요한 사명이며, 대제사장이 대속죄일에 향로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기 때문에(레 16:12-13), 제사장 의복(출 28:1-43)과 제사장 위임식(출 29:1-46)에 대한 계시와 함께 주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2) 성막 기구들의 제작(출 35-39장)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계시대로 성막의 기구들을 제작하였습니다. 실제 제작하는 모습은 출애굽기 35-39장에 기록되어 있는데, 제일 먼저 만든 것은 성소와 지성소를 덮는 앙장과 덮개(출 36:8-19) 그리고 성막에 세우는 널판이었습니다(출 36:20-30). 실제로 성막의 기구들을 제작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출 35-39장).
① 앙장과 덮개(출 36:8-19) | ⑦ 분향단(출 37:25-29) |
② 널판, 은받침, 띠(출 36:20-34) | ⑧ 번제단(출 38:1-7) |
③ 장, 기둥(출 36:35-38) | ⑨ 물두멍(출 38:8) |
④ 증거궤(출 37:1-9) | ⑩ 성막 뜰(울타리)(출 38:9-20) |
⑤ 진설병 상(출 37:10-16) | ⑪ 제사장 의복(출 39:1-31) |
⑥ 등대(출 37:17-24) |
이스라엘 백성은 성막의 모든 부분을 다 제작한 다음 모세에게로 가져왔고, 모세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하였습니다(출 39:32-41). 성막 식양에 대해 직접 계시를 받은 사람이 모세였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명령대로 정확하게 빠짐없이 제작되었는지 확인한 것입니다. 출애굽기 39:33-41에 열거된 물품들의 목록은, 출애굽기 36:8-39:31에 기록되어 있는 실제 제작 순서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그 가운데 각 기구들에 딸린 “그 모든 기구”들도 포함되어 있는데(출 39:33, 36, 37, 39), 성막의 모든 성물들과 그에 해당되는 부속 기구들이 함께 제작되었음을 나타냅니다(출 39:40下). 막의 모든 기구와 갈고리들(출 39:33)의 제작은 출애굽기 36:12-13, 17-18에, 진설병 상의 모든 기구들(출 39:36)의 제작은 출애굽기 37:16에, 등대의 모든 기구들(출 39:37)의 제작은 출애굽기 37:23-24에, 번제단의 모든 기구들(출 39:39)의 제작은 출애굽기 38:3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막의 모든 성물과 부속 기구들의 검사를 마치고,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축복하였습니다.
출애굽기 39:42-43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이스라엘 자손이 모든 역사를 필하매 43 모세가 그 필한 모든 것을 본즉 여호와께서 명하신 대로 되었으므로 그들에게 축복하였더라”
여기에서 ‘만들다, 행하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동사 ‘아사’가 세 번 등장하는데(“필하매”, “필한”, “되었으므로”), 모두가 완료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막의 구성 요소들이 완성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황량한 광야, 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밤에는 너무도 추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성막의 건축은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이스라엘 백성의 힘을 다한 헌신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모세는 그 모든 만들어진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되었으므로 그들을 축복하였습니다.
(3) 성막의 조립과 봉헌(출 40장)
하나님께서는 성막과 그 기구들의 식양을 알려 주셨을 뿐만 아니라 완성된 기구들을 어떤 순서에 따라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도 정확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출애굽기 40:1-15까지는 하나님께서 성막 봉헌 절차에 대해 명령하신 것이며, 출애굽기 40:17-33까지는 실제로 모세가 성막을 세우고 봉헌하는 장면입니다.
① 봉헌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
출애굽기 40:1-2에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너는 정월 초일일에 성막 곧 회막을 세우고”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 이후에 주어진 구체적인 봉헌에 대한 명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성막 곧 회막을 세움(출 40:2) |
② 증거궤(출 40:3) “장으로 궤를 가리우고” |
③ 진설병 상(출 40:4) “물품을 진설하고” |
④ 등대(출 40:4下) “불을 켜고” |
⑤ 금향단(분향단)(출 40:5) “증거궤 앞에 두고” |
⑥ 성막문(출 40:5下) “장을 달고” |
⑦ 번제단(출 40:6) “회막의 성막문 앞에 놓고”(“성막, 곧 회막 입구 앞에 놓아라”-쉬운 성경) |
⑧ 물두멍(출 40:7) “회막과 단 사이에 놓고 물을 담고” |
⑨ 뜰(울타리)(출 40:8) “뜰 주위에 포장을 치고 뜰 문에 장을 달고” |
⑩ 성막 도유식(출 40:9-11) “관유를 발라 거룩하게 하라 |
⑪ 제사장 위임식(출 40:12-15) “기름 부음을 받았은즉 대대로 영영히 제사장이 되리라” |
여기에 나오는 히브리어 동사들은 다 ‘완료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직 성막이 봉헌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곧 봉헌될 것을 미리 보시고, 마치 이미 봉헌된 것처럼 ‘완료형’으로 표현하셨던 것입니다.
② 실제 봉헌의 순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봉헌 순서에 대하여 명령하신 그대로 봉헌하였습니다. 출애굽기 40:1-15은 봉헌의 순서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이고, 출애굽기 40:16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모세가 순종한 것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출애굽기 40:17-33까지는 모세가 순종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받은 명령의 범위 내에서 세부적인 것을 체계적으로 지혜롭게 봉헌하였습니다.
(1) 받침들을 놓고(출 40:18) | (10) 진설병 상을 놓고(출 40:22) |
(2) 널판들을 세우고(출 40:18) | (11) 상 위에 떡을 진설하니(출 40:23) |
(3) 띠를 띠우고(출 40:18) | (12) 등대를 놓아(출 40:24) |
(4) 기둥들을 세우고(출 40:18) | (13) 등잔을 불을 켜니(출 40:25) |
(5) 성막 위에 막을 펴고(출 40:19) | (14) 금향단을 장 앞에 두고(출 40:26) |
(6) 그 위에 덮개를 덮으니(출 40:19) | (15) 향기로운 향을 사르니(출 40:27) |
(7) 증거판을 궤 속에 넣고
속죄소를 궤 위에 두고(출 40:20) |
(16) 성막문에 장을 달고(출 40:28) |
(8) 증거궤를 성막에 들여놓고(출 40:21) | (17) 회막의 성막문 앞에 번제단을 두고
(출 40:29) |
(9) 장을 드리워서 증거궤를 가리우니(출 40:21) | (18) 번제와 소제를 그 위에 드리니(출 40:29) |
(19) 물두멍을 회막과 단 사이에 두고(출 40:30) | (21) 수족을 씻되(출 40:31-32) |
(22) 사면 뜰에 포장을 치고(출 40:33) | |
(20) 씻을 물을 담고(출 40:30) | (23) 뜰 문의 장을 다니라(출 40:33) |
이러한 봉헌의 순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마음대로 정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세웠습니다.
출애굽기 40:17-33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되니라”라는 표현이 일곱 번 반복하여 등장하고 있습니다(출 40:19, 21, 23, 25, 27, 29, 32). 이것을 통해서 성막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의 산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하나님에 의해서 세워진 것입니다.
출애굽기 40:18에서 “모세가 성막을 세우되”라고 말씀하고 있는데, 여기 “세우되”는 히브리어 ‘쿰’(뜻: 일어나다, 서다)의 히필(사역)형으로, 모세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성막을 세우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출애굽기 40:17의 “세우니라”는 ‘쿰’의 호팔(사역 수동)형으로, 성막이 세워진 것은 사람이 세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서 세워지도록 시켜졌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히브리어 ‘쿰’은 하나님의 말씀이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나타낼 때도 사용되곤 하였습니다(왕상 8:20, 사 14:24, 46:10). 이로 볼 때 성막의 건립에 ‘쿰’이 사용된 것은, 성막이 세워지되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진 것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에 의해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온전히 이루어질 때, 바로 그곳에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하게 나타나는 것입니다(출 40:34-35).
(4) 구름이 회막 위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함
성막이 완성된 후 구름이 회막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였습니다. 출애굽 제 2년 정월 1일,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성막의 각종 기구를 완성하여 성막을 완전히 건축하자,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구름이 회막을 덮었습니다.
출애굽기 40:34-35 “그 후에 구름이 회막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매 35 모세가 회막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 이는 구름이 회막 위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함이었으며”
여기 “그 후에”를 모든 영어 성경과 현대인의 성경은 히브리어의 와우 계속법을 살려 “그러자(then)”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오래도록 고대하시다가 성막이 완성되자 즉각 응답하시어 그 회막 위에 임재하셨음을 나타냅니다. 여호와께서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을 시켜 나를 위하여 짓되”(출 25:8)라고 말씀하신 성막 건축의 목적이 성취되는 순간입니다. 구름이 회막 위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게 되자, 모세가 이를 인하여 회막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출 40:35, 참고-왕상 8:10-11, 대하 7:1-3). 사실 구름기둥은 에담에서 처음 나타나서 광야 노정에 계속 함께하였는데(출 13:20-22), 성막이 완성되자 구름이 성막 곧 증거막을 덮은 것입니다(민 9:15). 성막을 덮은 구름은 자연 현상에 의해 일시적으로 생성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는 그런 구름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나타난 구름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출애굽기 40장과 민수기 9장에는 구름이 덮인 곳이 바로 “성막”이었다는 사실을 여러 번 반복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출 40:34, 35, 36, 38, 민 9:15, 16, 17, 18, 19, 20, 22).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했다고 하신 말씀입니다. ‘영광’은 히브리어로 ‘카보드’이며, ‘영광, 존귀, 명예, 가치’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는 ‘무겁다’라는 뜻의 ‘카바드’에서 파생되었는데,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존귀와 영예’, 또는 ‘하나님의 가시적(可視的)인 현현(顯現)’을 가리킬 때 많이 쓰였습니다. 성경을 볼 때 하나님께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셨고, 강력한 빛이나 불, 구름, 번개 등 자연 요소들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셨습니다(출 19:16-19, 20:18-20, 24:10-11, 33:9-11, 18-23 등). 이렇게 하나님께서 임재하심으로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유대인들은 ‘쉐키나’라고 불렀습니다. ‘쉐키나’는 ‘살다, 거주하다’라는 뜻의 ‘샤칸’에서 유래한 단어인데(출 25:8, 29:45-46),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나님의 영광의 임재’를 뜻합니다.
하나님께서 성막 제작을 명령하신 이유는 그의 백성과 ‘함께 거하기 위함’이었습니다(출 25:8, 참고-출 29:45-46, 레 26:11-12, 겔 37:27).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직접 만나고 함께 거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성막이 세워지자, 그곳에 하나님께서 구름 가운데 친히 임재하셔서 존귀와 영광을 받으시며, 하나님께서 백성과 함께 거하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신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임재의 구름은 성막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진 전체를 덮었습니다(출 40:36-38, 민 9:15-23, 10:11-12, 34, 14:14, 신 1:33). 민수기 14:14에 “…주의 구름이 그들 위에 섰으며 주께서 낮에는 구름기둥 가운데서 밤에는 불기둥 가운데서 그들 앞에서 행하시는 것이니이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 “그들 위에 섰으며”를 공동번역에서는 “이 백성을 구름으로 덮어 주시고”(Thy cloud stands over them: NASB)라고 번역하였습니다.
성막 위에 임하신 구름기둥과 불기둥의 임재는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구름기둥과 불기둥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 40년 동안 내내 그들을 보호하였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출애굽기 40:38에 “낮에는 여호와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 있음을 이스라엘의 온 족속이 그 모든 행하는 길에서 친히 보았더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 “그 모든 행하는 길에서”(베콜 마스에헴)를 직역하면 ‘그들의 여행길 내내’라는 뜻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도들이 세상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하나님의 끊임없는 인도를 믿고 계속적으로 따라가는 것입니다(시 27:11, 사 48:17, 5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