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하나님은 위대한 역사적 사건을 연상시켜 기억하도록 여러 가지 ‘기념일’(Memorial Day)을 정하셨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월절을 기념일로 정하여 ‘영원한 규례’로 지키도록 하셨습니다(출 12:14,17, 24). 그래서 그들은 그 명령을 따라 무교병과 쓴나물을 먹었습니다(출 12:8, 민 9:11). 이는 죽음의 재앙이 넘어감으로 인해 생명을 건졌던 출애굽의 구원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함입니다.

출애굽기 13:16 “이것으로 네 손의 기호와 네 미간의 표를 삼으라 여호와께서 그 손의 권능으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음이니라 할지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삼대 절기에는 유월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이 있습니다(출 34:22-23, 신 16:16). 이 삼대 절기는 과거 이스라엘 역사에서 하나님이 베푸신 크고 기이한 구속의 은혜를 기억하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고 명령하시며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이는 나와 너희 사이에 너희 대대의 표징이니” (출 31:13) “내가 내 안식일을 주어 그들과 나 사이에 표징을 삼았었노라”(겔 20:12)라고 말씀하셨습니다(겔 20:20).

 

둘째,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셨을 때 그 역사 현장의 부산물들을 ‘기념물’(Memorials)로 반드시 보존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것들 역시 고난의 세월 속에서 베푸어 주신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기념물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라 일당과 회중 가운데 유명한 250명의 족장이 모세와 아론을 거스렸을 때(민 16:1-3), 땅이 그 입을 열어 그들과 그 가족과 속한 모든 사람과 물건까지 삼키고 여호와의 불이 나와서 250인을 소멸하였습니다(민 16:31-35). 이 때 하나님의 지시를 받은 모세는 엘르아살에게 명하여 “불탄 자들의 드렸던 놋 향로를 취하여 제단을 싸서 이스라엘 자손의 기념물이 되게” 하였습니다(민 16:36-40).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그 지도권에 도전했을 때 아론의 지팡이에만 싹이 나게 하여, 그것을 언약궤 앞으로 가져다가 간직하여 패역한 자에 대한 표징으로 삼으셨습니다(민 17:10). 또 하나님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먹이신 만나를 항아리에 담아 후손들을 위하여 언약궤 앞에 두어 간수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출 16:32-34). 하나님은 두 돌판도 언약궤에 넣어 간수하라고 명하셨습니다(신 10:2, 5). 이렇게 하나님은 아론의 싹 난 지팡이, 만나를 담은 항아리, 언약의 두 돌판을 언약궤에 담아(히 9:4) 대대로 보존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케 하는 기념물이 되게 하셨습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만든 놋뱀 역시 기념물이었습니다(민 21:4-9, 왕하 18:4). 험한 길 때문에 마음이 상하여 하나님을 원망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불뱀에 물려 죽게 되었을 때, 놋으로 만든 뱀을 쳐다 봄으로 다시 살게 하셨습니다. 이 놋뱀은 훗날 십자가에 달리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으로(요 3:14-15), 진노 가운데서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기억케 하는 기념물이었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모세 이후 여호수아를 세워 요단강을 건널 때 요단강물이 갈라져 마른 땅이 되는 기적을 기념하게 하셨습니다(수 3장). 이 때 하나님은 요단강 도하 사건을 영원히 기념하는 표징이 되도록(수 4:6) 열두 돌 기념비를 두 곳에 세우게 하셨습니다. 그 중 하나는, 요단 가운데서 돌 열 둘을 취하여 길갈에 세우게 하셨고(수 4:8, 20), 다른 하나는, 요단 가운데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의 발이 굳게 섰던 곳에 세우게 하셨습니다(수 4:9). 여호수아 4:7에서는 “이 돌들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영영한 기념이 되리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결국 “옛날을 기억하라”는 것은, 과거의 시간들이 고난과 시련의 역사였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과 은혜, 권고가 깃들여 있음을 깨닫고 하나님의 놀라운 구속 경륜을 깊이 헤아리라는 뜻입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23-26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