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으라

“물으라”는 히브리어로 ‘샤알’인데 그 뜻은 ‘요청하고 간청하다’입니다. ‘강력한 질문’의 뜻이 내포된 단어입니다. 이 말은 거지가 구걸하고 애원하듯이 능동적으로 선조들에게 정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구하라는 강한 의미가 있습니다. 곧 이스라엘의 자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여호와께서 자기들에게 행하신 큰 일을 배우려고 적극적으로 힘쓰기를 요청한 것입니다.

 

과거에 이스라엘의 왕들과 백성이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하나님께 직접 묻거나, 하나님의 사람과 선지자들에게 물었습니다(왕상 22:7, 왕하 3:11, 대하 18:6, 왕하 22:13). 열왕기상  22:7에서 여호사밧은 왕은 전쟁 중에 “우리가 물을 만한 여호와의 선지자가 여기 있지 아니하니이까”라고 하였습니다. 다윗도 여호와께 수없이 묻고 또 묻는 삶을 살았습니다(삼상 23:2, 30:8, 삼하 5:19, 5:23, 대상 14:10). 다윗이 적극적으로 물을 때 하나님이 친히 응답하셨고, 그 때마다 다윗은 승전의 영광을 차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여호와께 묻지 않은 여호수아는, 위장하고 찾아온 기브온 족속에게 속아 화친 조약을 맺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되었습니다(수 9:14-15).

 

설명할 것이요 이르리로다

하나님은 아비와 어른들에게 물으면 반드시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명기 32:7은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비에게 물으면 분명히 설명해 주시고, 어른들에게 물으면 충분히 일러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 ‘설명할 것이요’는 히브리어로 ‘나가드’인데, ‘어떤 물건을 높은 곳에 놓아 사람들 눈에 잘 띄게 한다’는 어원에서 유래된 단어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자기 뜻을 계시할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꿈으로 자신의 뜻을 알려 주는 경우(창 41:25)나,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백성들에게 선포하여 알게 하는 경우(신 4:13)에도 ‘나가드’라는 단어가 쓰였습니다.

 

또 ‘이르리로다’는 히브리어로 ‘아마르’인데, 이것은 ‘말하다, 증명하다, 대답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성이 지도자들에게 물을 때, 확실히 대답해 준다는 뜻입니다.

신앙적인 문제는 아브라함과 같은 믿음의 족장들에게 물어 답을 얻고, 공동체 속에서 빚어지는 생활상의 문제는 행정적인 책임을 진 지도자들에게 묻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이제 많은 ‘아비와 어른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살아서, 묻는 후손들에게 대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많은 믿음의 족장들에게 그들 세대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구속 경륜을 물어 깨닫고, 오늘날 우리 세대에 하나님의 뜻을 성취시키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30-32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