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 박지원(1737-1805)은 ‘법고창신’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신명기 32:7의 “옛날을 기억하고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라는 의도와 같은 의미이기에 잠시 전하고자 합니다. 이 말은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보다 한층 더 역동적인 말이라 하겠습니다.
세상 것은 그 무엇이든 항상 변하기 마련이므로 ‘옛 것’과 ‘새 것’을 구분하는 것조차 무의미합니다. 그러나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히 13:8,1:12). 그 말씀은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이 썩지 않고, 녹슬지 않고, 좌우의 날선 검으로 지금도 우리 앞에 살아서 증거되고 있습니다(히 4:12, 벧전 1:23).
그러므로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명령한 신명기 32:7의 말씀대로 옛날을 기억하고 역대의 연대를 생각할 때,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참 의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가 새 역사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잊어버리고 빼앗겨 버릴 때 악이 생기고, 흠이 생기고, 사곡(邪曲)한 역사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신 32:5).
이제 우리는 안식의 땅 영원한 가나안(하나님의 나라, 천국)을 바라보는 성도로서, 120세 노령의 모세가 가나안 입성 직전에 마지막으로 애절하게 외쳤던 그 말씀을 오늘의 음성으로 받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성령의 도우심으로 족보 속에 담긴 그 ‘옛날’과 ‘역대의 연대’를 상고해 나갈 때,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 속에 감추인 보화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것을 우리 자신만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 날까지 남아 있을 경건한 신앙의 후손들에게 올바로 가르쳐 전수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우리를 세상에 남겨 두신 이유이며, 언약의 후손들을 세상 끝날까지 보존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속섭리입니다(창 45:7).
오늘날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이 길을 걷는 자, 족보 속에 담긴 옛날과 역대의 연대의 경건한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자들은 히브리서 기자의 말씀대로 ‘남아 있는 안식’의 주인공으로 들어가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히 4:1-11).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32-33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