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창조 기사의 기술(記述)로 시작하여(창 1-2장),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계 21-22장). 성경은 단순히 이스라엘 민족사가 아니라, ‘창조’라는 큰 역사적 사건을 시발점으로 하여 새 하늘과 새 땅에 완성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구속사’라는 대(大)주제를 가지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속사’라는 말에서 ‘구속(救贖)’은 ‘해방’과 같은 뜻으로, 죄의 속박에서 그 값을 주고 풀려나 자유롭게 되는 ‘구원’을 말합니다. 따라서 ‘구속’은 반드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죄의 결과인 ‘사망’(롬 6:23)의 값을 우리 대신 지불하시고 구속을 이루신 분은 천상천하에 오직 예수 한 분뿐이십니다(마 20:28).

 

디모데전서 2:6에서는 “그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속전으로 주셨으니”, 마태복음 20:28에서는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에베소서 1:7에서는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 곧 죄사함을 받았으니”라고 말씀합니다. 또한 베드로전서 1:18-19에서는 우리의 구속함이 금이나 은으로 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로 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죄를 알지도 못하신 분에게(히 4:14-15) 전 인류의 죄를 몽땅 전가하시고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의를 선물로 주셨습니다(롬 8:3-4,  4:25, 고후 5:21, 엡 2:8, 골 1:20-22, 벧전 3:18). 죄 없는 분을 ‘죄 있는 모양’으로 이 땅에 보내시어, ‘율법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주님의 생명을 값으로 지불하셨습니다(롬 8:3-4). 그리하여 골로새서 1:20-22에서는 ‘악한 행실로 원수가 되었던 우리를 그의 육체의 죽음(십자가의 피-20절)으로 화목하게 하사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그 앞에 세우고자 하셨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구속사’란 바로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중심으로 죄인들을 구원하는 전 역사를 말합니다.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 ‘구속사’를 정의하자면, 인류의 시조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잃어버렸던 낙원의 회복을 위해 인류와 만물을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경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계 21:5).

따라서 세계사의 중심은 구속사이고, 구속사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주전(BC)과 주후(AD)를 나누는 세기적 원년의 주인이요, 구약의 최종 완성이고 , 신약의 근거이며, 신구약 성경의 핵심입니다. 이 땅에서 펼쳐지는 모든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취되며,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심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성경은 이러한 구속사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켜 ‘하나님의 비밀’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골로새서 2:2에서 “하나님의 비밀인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골로새서 1:26-27에서는 “이 비밀은 만세와 만대로부터 옴으로 감취었던 것인데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고 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이 비밀의 영광이 이방인 가운데 어떻게 풍성한 것을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 속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역사의 근원이자 그 발달과 변화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대상 29:11-12, 욥 12:23, 시 103:19, 단 4:25, 엡 1:11). 하나님의 구속사는 세속 역사와 분리된 별개의 역사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 들어오셔서 역사와 함께, 역사를 통하여, 역사의 지평 위에서 일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상고하여 볼 때 비로소 세계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진상을 밝히 알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자녀가 되었지만, 이토록 거대한 세상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넓고, 또 그분의 계획이 얼마나 섬세한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처음부터 자세히 상고함으로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그 구원 계획을 높이 찬양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구속사의 과정에서 어느 지점쯤에 서 있는지, 자신의 위치와 사명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37-39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