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에 나열되어 있는 이름은 족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역대기 족보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1장부터 9장 전체가 거의 이름으로만 가득한 것을 보게 됩니다. 역대상 1장의 경우, 총 54절 속에 190명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족보에 기록된 이름은 한 사람의 일생을 가장 짧게 압축한 것으로 그 시대 속에서 숨쉬고 살았던 인물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족보로 만들면, 그것이 바로 그 역사의 압축본이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족보가 단순히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만 길게 나열하고 있는 것 같으나, 그 속에는 택한 백성의 구원을 위해 시대 시대마다 펼쳐졌던 하나님의 신비로운 구속 경륜과 오묘한 섭리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입니다. 족보에 기록된 이름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름은 존재를 나타냅니다.

모든 만물은 자기 존재를 나타내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이 부여되는 순간에 각 생물의 존재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창 2:19). 하나님께서는 피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이 가진 각각의 이름을 부르시는 분입니다 (사 40:26). 그러므로 사람의 이름을 없앤다는 말은 그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과 동일한 의미인 것입니다 (삼상 24:21, 왕하 14:27, 욥 18:17).  (예 : 일제 시대 때 창씨개명(創氏改名)을 요구)

한편 고대의 정복자들은 피정복자들의 이름을 자기들 식으로 고치곤 하였습니다. 바벨론의 환관장은 다니엘의 이름을 벨드사살이라고 고쳐서 불렀습니다 (단 1:7). 다니엘은 ‘하나님께서는 심판자이시다’라는 뜻이며, 벨드사살은 ‘벨(바벨론의 신)이여, 생명을 보존하소서’라는 뜻입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의 이름도 하나냐 (여호와께서 자비하심)는 사드락 (당신의 명령)으로, 미사엘 (누가 하나님과 같은가)은 메삭 (왕의 손님)으로, 아사랴 (여호와께서 도우셨다)는 아벳느고 (느고의 종)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다니엘과 세 친구의 이름이 바뀜으로 그들은 유다인이라는 존재감은 사라지게 되고, 바벨론에 부속된 포로민 신분이 된 것입니다.

의인의 존재는 귀중히 여겨져 그의 이름이 대대로 칭찬을 받으며 기념되지만, 악인의 존재는 벌레가 먹어서 없어짐같이 부패하여 사라지고, 그의 이름은 땅에서 더 이상 전해지지 않으며 아무도 기념하지 않습니다 (욥 18:17, 시 112:6, 잠 10:7).

 

  2. 이름은 인격을 나타냅니다.

인격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자격이나 성품, 됨됨이를 뜻합니다. ‘야곱’이라는 이름은 ‘발뒤꿈치를 잡은 자, 속이는 자’ 라는 뜻입니다. 야곱은 남을 잘 속이는 그의 인격을 나타내는 이름입니다. 그러나 야곱이 라반의 집에서 20년간 고생할 후 얍복강에서 완전히 인간적인 자아가 깨어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꿔 주셨습니다 (창 32:28).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김’이라는 뜻으로, 야곱이 하나님께 인정받은 자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족보에 어떤 이름이 사용되었는가에 따라 그 인격과 성품의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역대기 족보에서 ‘야곱’ 대신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상 1:34, 2:1).

 

  3. 이름은 명성을 나타냅니다.

사람이 유명해지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이름이 유명해지는 것입니다. 이름을 뜻하는 히브리어 ‘셈’은 때때로 명성 (대상 14:17)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흔히 이름만 떠올려도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인상을 비롯하여 그 사람의 고향, 학력, 부모, 직업, 친구, 추억, 업적이나 명성 등 그 사람과 연관된 모든 것이 한꺼번에 연상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족보에 이름이 기록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또한 ‘족보에 어떤 이름으로 기록되느냐’에 따라서 그 명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더 나아가 ‘가문의 족보에 얼마나 유명한 인물이 기록되느냐’에 따라서 그 가문과 개인의 명성도 달라지게 됩니다.

 

  4. 이름은 구속사를 나타냅니다.

이름에는 부모의 기대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이 담겨 있습니다. 라멕은 182세에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의 이름을 노아 (노아흐;안식, 휴식, 위로)라고 하였습니다 (창 5:28-29). 라멕은 저주받은 땅 위에서 겪는 극심한 생활고가 이 아들을 통해 해결되기를 소망하면서 이름의 이름을 ‘노아’라고 지은 것입니다. 이 이름 속에는 아담의 타락 이후 저주받은 세계 (창 3:17)를 노아 방주를 통해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이 담겨 있습니다. 더 나아가 노아가 예표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저주받은 세계를 온전히 회복하고 영원한 안식을 주시려는 종말적 구속 경륜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성경에 나오는 이름은 사람이 지은 것이라도 그것을 성경에 기록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족보에 나오는 이름을 잘 연구한다면 그 이름을 가진 존재, 곧 그 사람의 전 일생과 그 시대의 구속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5. 결론

우리는 족보에 기록된 이름을 대할 때마다 언젠가 내 이름이 족보 속에 남겨질 것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경륜을 어떻게 이루고 있는지 나의 신앙을 점검하고 (골 1:25), 또 족보에 기록될 내 이름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또 일생이 되는 것이니, 오늘 하루는 내 일생의 압축입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며 헌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주님 재림하시는 날까지 후대에 길이 남아 있을 내 이름에 걸맞는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지, 자신의 깊이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고후 13:5).

 

  6. 적용

1) 각자의 이름의 뜻과 각자의 삶을 나눠봅시다.

2) 우리 이름이 구속사의 족보에 남겨질 이름인지 깊이 생각해 봅시다.

3) 우리 각자의 이름이 구속사가 되기 위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얘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