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블라 왕국의 기원

아담의 14대손 에벨(Eber: 강을 건너온 자)이 살던 당시는 함의 자손 니므롯이 시날 땅(갈대아 우르 인근)에 바벨탑을 쌓고 있던 때이다 (창 10:6-10, 11:2-9). 에벨은 경건한 자손으로서 우상숭배의 진원지가 되어버린 메소포타미아를 떠나 유브라데 강을 건넌 후, 약 1000km 가량을 이동하여 알레포 지역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나라, ‘에블라 왕국’이라는 큰 도시국가를 세웠다. 에블라 왕국이 있었던 알레포 지역에서 발굴된 토판의 일부를 판독한 결과, 에벨이 에블라 왕국을 세운 인물이자 초대 왕인 것과 에블라 왕국이 당시 그 일대를 정복했던 예술과 학문이 발달된 문명 도시 국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림 1. 에블라 왕국의 위치]

2. 에블라 왕국의 통치 방식

에블라에는 왕궁뿐 아니라 몇 개의 도시와 마을이 있었는데, 그 위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여느 국가처럼 에블라는 농업과 목축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농민과 목동의 생활은 왕궁의 관료가 관심을 기울이는 농업과 목축업 생산물의 관리에 관련된 경우에만 기록되었다. 기록을 검토해보면 왕국은 사실상 대다수 국민의 노동을 직접 통제했다. 인부의 작업을 지시하고, 노동자와 왕궁의 관리에게 물품과 식량을 배급하며, 가축의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재고 물량에 관한 서류를 관리하며, 상거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고문서에 기록된 왕실의 주요 업무였다. 메소포타미아 남부지역에 있던 당대의 다른 국가들에서 발견된 왕실 기록도 비슷한 양상이다.

 

3. 전통과 개방의 왕국, 에블라

에블라는 터키의 오론테스 강 북부에서 동쪽으로 북부 메소포타미아의 넓은 초원까지 뻗어 있는 광활한 지대의 나라들과 관계를 가졌다.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북부의 사회들은 B.C. 2600년 이후 약 100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그 사이 수많은 도시들이 명멸했다. 에블라와 밀접한 상업적, 외교적 관계를 맺었던 지역은 유프라테스 강가의 마리(오늘날의 시리아와 이라크의 국경에 인접한)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배후지 중 북단에 위치한 키시(현재의 바그다드 인근)였다. 에블라의 고문서는 마리와의 영토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했다고 말해준다. 기록에 따르면 왕실은 값비싼 금속과 정교한 의상을 서로 주고받았으며, 숙련된 장인과 예능인(석수, 대장장이, 목수, 직공, 가수)를 교환했다. 에블라의 학생들은 마리와 키시의 필경(筆耕)학교에 다녔고, 두 나라 사이에는 안전한 무역을 보장하는 조약이 체결되었다. 또 외국 상인이 방문하면 선물을 주었다. 에블라의 문서 기록과 미술품을 살펴보면,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상당한 문화적, 경제적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에블라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은 아니며, 에블라는 시종일관 시리아 사회의 전통적인 특징을 간직했다.

4. 에블라 왕국의 최후

메소포타미아 전 지역을 뒤흔들었던 아카드 왕조의 거친 바람을 에블라 왕국 역시 비켜갈 수 없었는데, 이들에 의해 에블라의 모든 것이 불태워지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수많은 점토판 문서가 그 불길에 의해 더욱 단단히 굳어지게 되었고, 반만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형태가 유지되어 오늘날 고고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에벨’의 이름은 ‘건너다’라는 뜻을 가진 ‘아바르’에서 유래하여, ‘건너온 자, 건너편’이란 뜻이다. 에벨은 ‘히브리’와 그 어원이 동일하다. 이같은 사실은 히브리 민족이 에벨의 후손이라는 사실과, 히브리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에벨과 같은 신앙 노선을 따라 유브라데 강을 건너 죄악의 땅에서 분리하여 이주하였음을 반영한다.

에벨이 건너고 아브라함이 건넜던 강 ‘유브라데’는 ‘천국 곳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알곡은 천국 곳간에 들어가고 가라지는 유황불에 들어가듯이, 유브라데 강을 건너는 자에게 천국 곳간에 들어가는 축복이 있는 것이다. (마 3:12)에서 “알곡은 모아 곡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마 13:40)에서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마 13:30)에서 “그런즉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사르는 것같이 세상 끝에도 그러하리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세상 마지막 때 심판도 유브라데에 쏟아진다. 여섯 번째 나팔 재앙이 ‘큰 강 유브라데’에 쏟아지며 (계 9:13-15), 여섯 번째 대접 재앙 역시 ‘큰 강 유브라데’에 쏟아진다 (계 16:12). 바벨론의 멸망을 선포하는 책도 유브라데에 던져졌다 (렘 51:61-64). 따라서 세상 마지막 때에도 유브라데를 건너 그 곳에 쏟아지는 마지막 환난에서 벗어나는 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