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므온과 레위 그리고 유다
야곱의 열 두 아들 중 시므온과 레위 그리고 유다는 같은 어머니 레아의 둘째, 셋째, 넷째 아들입니다 (창 29:33-35). 시므온과 레위는 큰 살인죄를 짓는 공범이 되어 야곱으로부터 저주를 받았으며 (창 49:5-7), 유다는 다른 아들들에 비해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창 49:8-12).
1. ‘단짝 형제’의 같은 시작, 다른 결말
시므온과 레위는 형제들 중 유달리 친했던 ‘단짝 형제’ (창 49:5 표준새번역)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족들이 세겜 성에 거할 때, 여동생인 디나가 세겜의 여자들과 교제하기 위해 방문하다가, 히위족속의 추장인 세겜이 디나를 범한 후 그녀를 연련(戀戀)하여 야곱에게 통혼을 요구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창 34장).
이에 야곱의 아들들은 히위 족속의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행하면 통혼하겠다고 속여 대답하였고, 히위 족속이 할례를 한지 3일에 극심한 고통 중에 있을 때 시므온과 레위가 모든 남자를 칼로 죽이고 디나를 데려왔습니다.
(1) 시므온과 레위에 대한 야곱의 예언
딸 디나의 수욕사건으로 큰 슬픔에 잠겨 있던 야곱에게 시므온과 레위의 살인극은 이중 삼중의 큰 근심을 끼쳤습니다 (창 34:30). 야곱은 훗날 이들을 ‘잔해하는 기계’라 부르며 저주를 선포했습니다 (창 49:5-7). 이는 시므온과 레위가 맹렬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함으로 거룩한 할례를 이용하여 저지른 잔인한 보복 살육 사건 외에도 가증스러운 속임수와 거짓말, 도적질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도전적으로 대들고 항변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창 34:31).
야곱은 아버지로서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충격 속에서도 침묵하면서 (창 34:5)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가정을 통해서 순수하고 거룩한 민족을 일으키시려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섭리가 행여라도 한순간에 무너질까 하여 신중하게 대처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므온과 레위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 결과, 야곱을 잇는 ‘믿음의 대’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2) 시므온 지파의 최후 – 흩어지고, 소멸되어 잊혀진 지파
① 인구가 가장 작은 지파로 전락
‘피 흘리기를 좋아하는 자는 그 생명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하신 말씀대로 (시 55:23), 시므온 지파는 제 1차 군대계수(59,300명)때 3번째로 강성했었으나, 광야 40년 이후 제 2차 계수(22,200명)때에는 63%나 감소하여 인구수가 가장 적은 지파가 되었습니다 (민 1:23, 26:14).
② 바알브올 사건의 주동자 시므리
광야 생활 말미에 모압 지방 싯딤에서 일어난 우상숭배의 사건의 주동자인 두령 ‘시므리’가 시므온 지파 사람이었습니다 (민 25:6-14).
③ 모세의 축복에서 제외
모세가 운명 직전 이스라엘 각 지파별로 축복하는 장면 (신 33장)에서 시므온 지파만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야곱의 예언대로 (창 49:7) 흩어진 지파, 소멸하여 잊혀진 지파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기업 분배를 받을 때도 분깃이 없이 유다 지파 땅에 빌붙어 지내는 처지가 되었고 (수 19:1), 그나마도 히스기야 왕 시대에는 전 이스라엘 영토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대상 4:42-43, 대하 15:9, 수 21:9 이하).
(3) 레위 지파의 최후 – 전화위복이 된 빛나는 지파
① 하나님께 헌신함으로 복을 받은 전화위복의 실례
시내 광야에서 금송아지 숭배사건으로 이스라엘이 멸망위기에 있을 때, 레위 지파만 홀로 하나님 편에 서서 부모, 형제, 친구, 이웃을 막론하고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모든 자를 제거하는 일에 앞장서서 헌신하였습니다 (출 32장). 이 일로 레위 지파는 야곱을 통하여 받았던 모든 화에서 해방되고, 모세를 통하여 오히려 복을 받았습니다 (출 32:29).
② 바알브올 사건에서의 비느하스
광야 생활 말엽 바알브올 사건에서, 레위의 자손 아론의 손자 비느하스 (출 6:16-25)가 하나님의 질투심으로 시므온 족장 시므리와 미디안 여인 고스비를 창으로 찔러 죽임으로 하나님의 노를 돌이키고 이스라엘을 속죄시켰습니다 (민 25:7-13).
③ 모세의 축복에서 제사장 지파로 축복
레위 지파는 영원한 제사장 지파로 그 이름이 ‘빛나는 지파’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전국 48개 성읍을 할당받아 흩어져 살면서 각 지역에서 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귀중한 사명을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신 33:8-11).
이처럼 시므온과 레위는 똑같이 시작했지만, 두 지파의 최후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습니다. 야곱의 ‘이스라엘 중에서 흩으리로다’라는 예언 (창 49:7)을 시므온 지파는 부정적으로 성취했지만, 레위 지파는 긍정적으로 성취시킨 것입니다.
2. 유다의 축복
야곱이 레아를 통해 낳은 넷째 아들인 유다는 12지파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후손으로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오시는 놀라운 축복을 받았습니다 (마 1:1-3).
① 형제 가운데 찬송이 될지라 (창 49:8)
유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태도로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하고, 구속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는 형제들을 설득해서 요셉을 죽음의 위협에서 건져내었고 (창 37:26), 자신의 생명을 베냐민의 담보로 내놓고 야곱의 마음을 감동시켜 애굽에 가는 것을 허락받기도 하였습니다 (창 43:8-10). 또한 요셉의 은잔시험 시, 베냐민 대신 자신이 애굽의 종이 되기를 간청함으로 요셉과 형제들 간의 대(大)화해를 이루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창 44:18-34, 45:1-15). 야곱이 애굽 이주 전 유다를 요셉에게 먼저 보낸 것을 볼 때, 유다가 가정 전체의 대표격으로 두터운 신임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창 46:28).
② 네 손이 네 원수의 목을 잡을 것이요 (창 49:8)
대적을 잡아 굴복시키거나 전쟁에서 승리하는 정복자의 모습으로 (욥 16:12), 일차적으로는 다윗과 솔로몬에 의해 성취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예수님께서 원수 사단의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을 의미합니다 (창 3:15).
③ 네 아비의 아들들이 네 앞에 절하리로다 (창 49:8)
유다가 지도자가 될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상 5:2), 일차적으로는 유다 지파에서 왕권을 잇는 자손이 나온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예수님께서 온 세상을 통치할 것을 가리킨 예언입니다 (마 28:18, 빌 2:9-11).
④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창 49:9)
유다 지파가 강력한 권위와 힘을 가진 ‘왕의 지파’라는 의미이며, 유다의 사자 같은 성품은 오실 메시아에 대한 표상으로 사단과 끝까지 싸워 승리하는 정복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참고-계 5:5).
⑤ 홀이 떠나지 아니하며 치리자의 지팡이가 떠나지 아니하시기를 (창 49:10)
‘홀’은 왕의 통치적 주권과 능력을 상징하는 막대기로 (민 24:17, 에 4:11, 히 1:8), 유다의 후손이 끊이지 않고 왕권을 계승할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다윗, 솔로몬 이후 남 유다의 왕들은 모두 유다 지파였으며,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도 족보상 유다 지파였습니다 (마 1:2-3, 히 7:14).
⑥ 실로가 오시기까지 미치리니(창 49:10)
‘실로’는 ‘평화를 가져오는 자’라는 뜻으로, 평강의 왕으로 오실 메시아 예수님을 예표합니다 (사 9:6, 눅 1:79, 19:42).
⑦ 평화롭고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됨(창 49:11-12)
나귀는 평화의 상징이요 (슥 9:9) 포도나무는 풍요의 상징 (시 4:7)으로, 유다 지파의 자손과 그 땅이 평안할 뿐 아니라 물질적으로 풍성할 것을 예언한 것입니다. 실제로 유다 지파는 그 후손인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최고의 평화와 번영을 누렸고 (삼하 7:11-12, 왕상 4:24-25, 5:4, 15:4), 유다로부터 시작되는 왕국은 메시아의 탄생에 이르러 그 축복의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요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