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나타난 세 시기
마태복음 1장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마 1:17)에 따라 ‘다윗’과 ‘바벨론 유수’사건을 분기점으로 하여 세 시대로 구분됩니다. 제 1기는 아브라함부터 다윗 왕까지의 14대이며, 제 2기는 다윗부터 바벨론으로 이거할 때까지 14대이고 제 3기 바벨론으로 이거한 이후 예수 그리스도 때까지 14대입니다.
– 01 –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의 14대
(총 1,163년)
제 1기는 아브라함과 언약함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역사의 태동과 다윗으로 말미암은 통일왕국 형성에 이르기까지의 약속의 시기입니다. 아브라함이 출생한 해는 주전 2166년이고,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통치한 해는 주전 1003년이므로 제 1기에 해당하는 햇수는 약 1,163년입니다. 이 시기는 크게 다섯 기간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 1기 족보에는 다말, 라합, 룻 세 여인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대인이 족보를 기록하는 관례에 따르면 결코 여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데, 사회적으로 소외된 신분의 여인들이 기록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만이 갖는 기이한 특징입니다. 이는 구원의 대상이 모든 이방인에게까지 확대됨을 보여주며(롬 1:14-16, 3:22, 10:11-13, 골 3:11), 죄인 구원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하를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죄가 없으시고 죄를 알지도 못하시는 거룩하신(고후 5:21, 히 4:15, 7:26)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에 죄를 정하사(롬 8:3) 죄인들과 같이 되게 하셨습니다(빌 2:7). 이것이 바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대속(代贖)의 신비(마 20:28, 막 10:45)입니다.
다윗은 제 1기를 마감하며, 제 2기를 시작하는 인물로 유일하게 두 번 계수되고 있습니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다윗은 족보에 등장하는 많은 열왕 중에 유일하게 ‘왕’(王)이라는 칭호가 붙어 있습니다. 마태복음 1장 족보는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다윗이 그 중심 인물이며, 예수께서 다윗의 자손임을 예증하는 족보입니다. 이는 장차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옛 것을 성취 완성시킬 뿐 아니라 새 시대를 열어 구원사의 중심 인물이 된다는 구속 경륜의 의미를 더해줍니다.
– 02 –
다윗부터 바벨론으로 이거할 때까지의 왕정기 14대
(총 406년)
제 2기는 다윗 이후 왕정시대의 역사로, 마지막에 나라를 잃고 비참하게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갈 때까지의 시기입니다. 다윗이 헤브론 통치를 마치고 예루살렘에서 통치하기 시작한 주전 1003년부터, 여고냐가 바벨론으로 끌려간(제 2차 포로) 주전 597년까지 약 406년의 기간이 해당됩니다.
제 2기 족보에는 우리야의 아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밧세바’라는 이름 대신 ‘우리야의 아내’라고 기록함으로써 충신 우리야의 믿음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제 2기 족보는 다윗이 취한 우리야의 아내의 등장으로 시작되는데, 다윗의 범죄 이후 다윗 왕통이 기울기 시작하여 나라에 안정이 없는 가운데 “칼이 네 집에 영영히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 말씀대로(삼하 12:10) 나라가 파멸되는 비운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 03-
바벨론으로 이거한 후부터 예수 그리스도까지 14대
(총 593년)
제 3기는 이스라엘이 70년간 바벨론 포로지에서 고초와 수치를 겪으면서 새로운 회복을 갈망하던 시기와, 포로에서 돌아와 성전을 재건하고 끊임없는 이방 세력의 괴롭힘 속에서 메시아를 간절히 대망하던 시기입니다. 바벨론으로 이거한 후(주전 597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주전 4년)까지 약 593년의 기간이 해당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시는 길을 예비한 남은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바벨론으로 끌려갈 때 신앙이 전멸된 것 같았으나, 하나님은 그 시대에 ‘남은 자’들을 두시어 경건한 생명의 대를 이어가게 하셨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을 이어가는 거룩한 그루터기였습니다. ‘남은 자’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가운데 ‘샤아르’라는 단어는 ‘무가치하고, 수적으로 적은’(신 4:27, 렘 8:3)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구속 경륜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소수의 경건한 자손들을 통해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말 2:15).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이스라엘 백성의 끝없는 반역과 불순종의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부족함과 연약함에도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은 계속적으로 진행됨을 보여 주며, 우리 인생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용기를 더하여 줍니다. 또한 죄와 불신의 절망 속에서도 오직 예수만을 바라보게 하는 큰 소망의 디딤돌이요, 최후 승리를 가져다주는 위대한 복음의 선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