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 포로의 원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본토 이스라엘에서 멀리 1,500km나 떨어진 바벨론 땅으로 포로가 되어 끌려간 것은, 율법적 관점에서 ‘언약의 땅에서 쫓겨나게 된 것’을 말합니다. 레위기에서는 이를 “땅이 그 거민을 토해내는 것”으로 말씀하고 있습니다(레 18:24-25).
(레 18:27-28) “너희의 전에 있던 그 땅 거민이 이 모든 가증한 일을 행하였고 그 땅도
더러워졌느니라 너희도 더럽히면 그 땅이 너희 있기 전 거민을 토함 같이 너희를 토할까 하노라”
이것은 땅을 더럽히는 자가 받는 공통적인 심판의 원리로써, 출애굽 때 가나안 거민의 죄를 심판하고 그들을 토해내는 도구로 이스라엘을 사용하셨던 하나님이 이제 이스라엘의 죄를 심판하고 그들을 토해내는 도구로 바벨론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예레미야 2:13에서 예레미야 당시에 이스라엘 백성이 행한 근본적인 두 가지 악을 말씀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게 된 원인이었습니다. 첫 번째 악은 “생수의 근원 되는 하나님을 버린 것”이고, 두 번째 악은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곧 다른 신을 섬기는 우상숭배의 죄를 뜻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권면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경멸하며 ‘욕으로’ 여길 정도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렘 6:10). 그렇게 하나님을 버린 결과, 우상숭배하는 죄와 안식일‧안식년을 범하는 죄에서 돌이키지 못하고 바벨론에게 망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1) 우상숭배의 죄
남 유다가 망하기 직전 활동했던 예레미야 선지자는 그들의 죄를 지적하면서, 우상숭배에 대하여 여러 차례 경고하였습니다(렘 1:16-17, 5:19, 13:10, 25:6-7, 44:5-6 등). 당시 유다 백성들은 우상숭배에 골몰하여, 그 섬긴 우상의 수가 그들이 거한 성읍의 수와 같을 정도였습니다(렘 2:28, 11:13).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힌놈의 아들의 골짜기에서 오지병을 깨뜨리게 하심으로써, 우상숭배한 범죄의 대가로 이스라엘이 반드시 패망할 것을 경고하셨다(렘 19:1-15, 참고–렘 7:30-34)
(렘 16:11-13) “너는 그들에게 대답하기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너희 열조가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좇아서 그들을 섬기며 그들에게 절하고 나를 버려 내 법을 지키지 아니하였음이라
12 너희가 너희 열조보다 더욱 악을 행하였도다 보라 너희가 각기 악한 마음의 강퍅함을 따라 행하고 나를 청종치 아니하였으므로 내가 너희를 이 땅에서 쫓아내어 너희와 너희 열조의 알지 못하던 땅에 이르게 할 것이라
너희가 거기서 주야로 다른 신들을 섬기리니 이는 내가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지 아니함이라 하셨다 하라”
유다의 심각한 우상숭배의 죄악을 깨우쳐 회개케 하시려고,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종 선지자들을 ‘부지런히’ 보내어 말씀을 전하셨지만 그들은 듣지 않고 무시했으며(대하 36:14-16, 렘 7:25, 25:4, 26:5, 29:19, 35:15, 44:4), 하나님의 실존을 불신하면서 선지자들을 거짓 선지자로 매도하고 죽이는 데 앞장섰습니다(렘 5:12-13). 그리고 회개할 기회를 주어도 회개치 않았습니다(렘 19:1, 10-13). 심지어 하나님의 성전 안에까지 우상을 갖다놓고 섬김으로써, 바벨론에 의해 성전이 파괴되기 전 이미 그들 스스로가 성전을 더럽혔던 것입니다(렘 32:34, 겔 8:1-18, 22:4).
(2) 안식일과 안식년을 이행하지 않은 죄
1) 안식일의 불순종
안식일 준수여부는 율법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을 나누는 기준이며 축복과 저주를 가름하는 분기점입니다(렘 17:19-27). 이는 안식일이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거룩하게 하시는 여호와인 줄 알게 하는 영원한 표징이기 때문입니다(출 31:13, 겔 20:12, 20). 하나님께서는 안식일을 지키지 않으면 성문에 불을 놓아 예루살렘 궁전을 삼키게 하겠다고 예레미야를 통해 엄중하게 경고하셨는데(렘 17:2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음으로, 바벨론 포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겔 22:8) “너는 나의 성물들을 업신여겼으며 나의 안식일을 더럽혔으며”
(겔 22:26) “그 제사장들은 내 율법을 범하였으며 나의 성물을 더럽혔으며 거룩함과 속된 것을 분변치 아니하였으며 부정함과 정한 것을 사람으로 분변하게 하지 아니하였으며 그 눈을 가리워 나의 안식일을 보지 아니하였으므로 내가 그 가운데서 더럽힘을 받았느니라”
2) 안식년의 불순종
안식년의 규례는 ‘제 7년에 땅을 쉬게 하라’는 것과 ‘동족 히브리 사람 종을 7년째 자유케 하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레 25:2-7, 신 15:12-18).
① 6년 동안 땅에 파종하고, 제 7년에는 그 땅을 쉬게 하라(출 23:10-11, 레 25:1-7, 26:34-35)
이스라엘 백성은 언약의 땅 가나안에 들어간 이후로는 7년째 되는 그 해에는 그 땅에 파종해서는 안되었으며(레 25:2-4), 스스로 난 곡물이나 열매라 할지라도 거두지 말고 땅이 안식하도록 해야 했습니다(레 25:5). 그리고 안식년을 지키면 제 6년에 3년 소출을 주심으로 제 7년 안식년 뿐만 아니라 제 8년과 제 9년 까지도 부족함이 없게 해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레 25:21, 렘 25:22). 이로써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요,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는다는 사실을 알도록 하셨습니다(레 25:23).
그러나 유다 백성들은 욕심으로 인하여 제 7년에도 파종함으로 안식년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게 하심으로 땅이 안식하게 하셨던 것입니다(레 26:43).
(대하 36:21) “이에 토지가 황무하여 안식년을 누림 같이 안식하여 칠십년을 지내었으니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이 응하였더라”
② 종이 동족 히브리 사람이면 6년 동안 부리다가 7년째는 자유케 하라(출 21:2-6, 신 15:12-18)
율법에는 히브리 종인 경우 종이 된 지 7년째 되는 해에 반드시 놓아 자유하게 하도록 규정했습니다(출 21:2, 신 15:12). 그리고 자유의 몸이 된 종을 빈손으로 보내서는 안되며(신 15:13-14), 노예의 몸값을 받지 않고 조건 없이 해방시켜 주도록 규정하였습니다(출 21:2, 신 15:18).
그러나 유다 백성들은 안식년의 규례를 어기고 종들의 자유를 빼앗았습니다(렘 34:8-14). 이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바벨론에 끌려가게 하시어 그들도 자유를 빼앗기게 하셨던 것입니다.
(렘 34:17)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가 나를 듣지 아니하고 각기 형제와
이웃에게 자유를 선언한 것을 실행치 아니하였은즉 내가 너희에게 자유를 선언하여 너희를 칼과
염병과 기근에 붙이리라 나 여호와의 말이니라 내가 너희를 세계 열방 중에 흩어지게 할 것이며”
유다 백성은 무수한 죄 때문에 피 흘린 성읍이 되었고, 두껍게 녹슬어 버린 가마같이 되고 말았습니다(겔 24:6). 하나님께서는 유다를 ‘바벨론 포로 생활 70년’이라는 풀무 속에 집어넣고, 하나님의 노와 분을 쏟아서 유다의 죄악을 정결케 하셔야만 했습니다(렘 29:10-11, 겔 22:21-22, 24:12-14).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을 바벨론에 포로로 보내셨으나,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적 암흑 상태로 방치해두지 않으시고 말씀을 보내어 철저하게 회개케 하시어 새로운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해 그들이 포로로 흩어진 상태에서도 하나님에 의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게 하셨습니다(렘 29:11-14). 정복자 바벨론에게 복종하고 그 땅에서 적응하며 그 역경 속에서 회개하여 정결케 됨으로써, 마침내 하나님의 정의와 구속 경륜을 확실히 깨닫고 믿게 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