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사장이 1년에 하루, 대속죄일 7월(종교력) 10일에 드리는 제사는 이스라엘 전체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지성소에 들어가 드리는 제사로, 모든 제사의 최고 절정이다. 이날 대제사장은 자신과 권속을 위한 속죄제(레 16:11-14), 백성을 위한 속죄제(레 16:15-19), 그리고 자기의 번제와 백성의 번제를 드려 속죄하였다(레 16:23-24). 지성소에 들어가는 대제사장은 에봇이나 판결 흉패, 에봇 받침 겉옷을 입지 않고 오직 성결을 상징하는 세마포 옷을 입었다(레 16:4).

대제사장은 대속죄일 하루 동안 총 네 번에 걸쳐 지성소를 출입하며

제사를 드리는데, 그 절차와 의미는 다음과 같다.

01

향로를 취하여 여호와 앞 단 위에서 피운 불을 채우고, 두 손에는 곱게 간 향기로운 향을 채워서 지성소에 들어간다(레 16:12). 여호와 앞에서 분향하여 향연으로 증거궤 위 속죄소를 가리움으로 대제사장 자신이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레 16:13). 분향하는 연기로 속죄소를 가리운 것은, 사람이 하나님의 임재를 대면하여 볼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 그림1. 대제사장이 지성소 안에서 분향함 ]

02

분향을 하고 지성소에서 나온 대제사장이, 수송아지의 피를 가지고 들어가 먼저 손가락으로 속죄소 동편에 뿌리고 다음으로 속죄소 앞에 손가락으로 그 피를 일곱 번 뿌렸다(레 16:14). 이는 대제사장 자신과 권속의 속죄를 위해 피를 뿌리는 것이다(레 16:6, 11). 이것은 하나님께서 피를 보시고 죄를 사하여 주실 것을 간구하는 의미이며, 일곱 번 피를 뿌린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속죄를 예표한다(히 7:27, 9:12, 10:10).

03

 속죄제 염소를 잡아 그 피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서 두 번째 행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속죄소 위와 속죄소 앞에 피를 뿌렸다(레 16:15). 이는 백성들의 속죄를 위해 피를 뿌리는 것이다. 이 염소는 속죄제를 위해 취하였던 수염소 두 마리 중에서, 광야에 보내질 한 마리 염소(아사셀 염소; 레 16:21-22) 외에 다른 한 마리의 염소를 가리킨다.

대제사장은 염소의 피를 뿌리고 지성소에서 나온 다음, 여호와 앞 단으로 나와서 단을 위하여 속죄하는데, 이를 위하여 수송아지의 피와 염소의 피를 취하여 단 귀퉁이 네 뿔에 바르고 그 위에 피를 일곱 번 뿌려 단을 성결케 한다(레 16:18-19). 지성소와 회막과 단을 위하여 속죄하기를 마친 후, 대제사장은 두 손으로 산 염소의 머리에 안수하고 광야로 내보낸다(레 16:20-21).

[ 그림 2. 아사셀 염소의 머리에 대제사장이 두 손으로 안수함 ]

[ 그림 3. 아사셀 염소를 광야로 내어보냄 ]

그리고 회막으로 들어가 지성소에 들어갈 때 입었던 세마포 옷을 벗어 거기 두고 거룩한 곳에서 물로 몸을 씻고 자기 옷(평상시 직무를 행할 때 입는 화려한 복장, 레 8:7-9)을 입고 나온다. 그리고 자기의 번제와 백성의 번제를 드려 자기와 백성을 위하여 속죄하고 속죄제 희생의 기름을 단에 불사르게 된다(레 16:24-25). 지성소에서 이루어지는 속죄는 죄인 된 인간의 근본적인 죄를 속하는 것을, 번제의 속죄는 근본적인 죄를 속한 후에 생기는 더러움을 씻어 주는 속죄를 나타낸다.

04

 대제사장은 마지막으로 다시 지성소에 들어가 향로와 불을 제거하고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제사장이 세 번 지성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든 과정을 거쳐 속죄를 위한 번제까지 마친 후에, 다시 새로운 흰 세마포 옷(새 세마포)으로 갈아입고 손과 발을 씻고 지성소에 들어가 향로와 불을 제거하였다(Yoma 5:1, 8:4, The Book of Our Heritage).

*  *  *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속죄일의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다. 예수님께서는 대제사장으로서 십자가에서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기 때문이다(히 9:12, 10:10-14). 예수님의 육체가 십자가에서 찢기심으로(마 27:51, 히 10:20) 우리의 모든 죄가 완전히 해결되었으며,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이 헐리고, 이제는 참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를 통해 누구나 언제든지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롬 5:1-11, 엡 2:14-18, 딤전 2:5-6, 히 10:19-20).

출처 박윤식 목사, “맹세 언약의 영원한 대제사장” (휘선, 2011) 초판 7쇄 380-3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