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산 언약의 특징
시내산 언약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한 후 시내 광야에 도착하여 머무르는 동안, 모세를 중보자로 하여 하나님께서 십계명과 여러 율례를 주시면서 맺은 언약입니다(출 24:1-8). 모세는 시내산 아래에서 단을 쌓고, 희생의 피 반(半)을 뿌린 후, 시내산에서 받은 말씀을 기록한 ‘언약서’(the book of the covenant)를 백성 앞에서 낭독하여 들려주었습니다(출 24:4-7). 이에 백성은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遵行)하리이다”라고 서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모세는 백성에게 피를 뿌리면서 “이는 여호와께서 이 모든 말씀에 대하여 너희와 세우신 언약의 피니라”라고 선포함으로, 마침내 시내산 언약이 체결되었습니다(출 24:7-8).
시내산 언약은 출애굽 초기에 광야 1세대와 맺은 언약이었습니다. 이 언약은 출애굽 말기에 41번째로 진을 친 모압 평지에서(신 29장) 광야 2세대에게 다시 확증되었습니다(일명 ‘모압 평지 언약’). 시내산 언약은 아브라함과 횃불 언약을 맺은 이후 계속되어 온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갱신하여,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언약 백성’으로 삼으신 구속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언약입니다.
1. ‘나라’를 대상으로 한 언약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한 지 45일째 되던 날에 시내 광야에 도착하여 진 친 다음(출 19:1-2), 하나님께서 모세를 처음 시내산에서 부르실 때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라”(출 19: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언약의 대상이 이스라엘 백성 전체임을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구속사가 한 사람에서 시작되어 한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이제는 한 국가(백성 전체)를 중심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특히 시내산 언약을 체결할 때 이스라엘 12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기둥을 세운 것은, 언약의 대상이 이스라엘 백성 전체임을 보여 줍니다(출 24:4).
1) 이스라엘은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구원 받은 백성입니다. 시내산 언약의 핵심을 담고 있는 십계명은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출 20:2)라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셨다는 것을 강조함으로, 이스라엘의 과거가 비참한 노예에 불과했음을 분명히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이스라엘과 언약을 체결해 주실 때, 이스라엘은 그에 합당한 수고도 없었고 의로움도 전혀 갖추지 못했습니다(참고-신 7:7, 9:4-6). 출애굽은 참으로 하나님의 무한한 자비와 은혜 그 자체였습니다(참고-겔 16:1-14).
우리도 죄와 사망의 권에 아래 영원한 사망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였지만,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비로소 영원한 생명을 허락받고(요일 2:25), 또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양자의 자격을 부여 받았습니다(롬 8:15, 갈 4:6). 이는 자격을 따지지 않고 베풀어 주시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엡 2:4-8).
2) 이스라엘은 아브라함과의 언약이 성취되어 세워진 큰 나라입니다. 시내산 언약은 출애굽기 2:24을 볼 때 “하나님이 그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그 언약을 기억”하심으로 맺어진 언약입니다(출 6:5). 출애굽 역사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요, 이스라엘의 노력에 의한 것도 아니며 하나님께서 맹세하신 언약의 성취였던 것입니다(신 9:5).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언약하셨던 말씀대로 “큰 민족”(창 12:2)이 되었습니다(출 1:7, 9). 그리고 오직 하나님의 언약대로 “강대한 나라”(창 18:18)가 되었습니다(출 1:9). 더 이상 나약한 노예 민족이 아니라 ‘항오를 이루며 행진하는 여호와의 군대’ 곧 당당한 정복자로 성장한 것입니다(출 12:41, 13:18, 민 33:1).
2. 하나님께서 직접 전 백성에게 음성으로 들려 주신 언약 시내산 언약은, 하나님께서 불 가운데서 전 백성에게 직접 선포하신 언약입니다(출 20:1-19, 신 5:4, 23-24). 이스라엘처럼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은 백성이 없었고, 또 그렇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도 생존한 국민은 없었습니다(참고-출 20:19, 신 5:25, 18:16, 히 12:18-20). 이러한 언약은 인류의 역사가 있어 온 이래로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언약이었습니다(신 4:8, 32-33, 시 147:19-20).
3. 기록으로 구체화된 최초의 언약 시내산 언약의 뚜렷한 특징은 처음으로 하나님의 언약이 기록으로 구체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십계명은 두 돌판에 새겨졌습니다(출 31:18). 하나님께서 친수로 기록하셨다고 한 것은(신 9:10) 그만큼 하나님께서 시내산 언약을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모세가 증거의 두 돌판을 하나님께 받아 내려올 때 산 아래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를 만들고 숭배하였습니다(출 32:1-6). 이에 모세는 두 돌판을 산 아래로 던져서 깨뜨렸고(출 32:19), 방자한 백성 가운데 삼천 명 가량을 도륙한 후에(출 32:25-28), 모세는 다시 시내산으로 올라가 40일 중보기도를 올렸고, 산 밑으로 내려와 회막에서 또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 후 모세가 깎아서 시내산으로 가지고 올라간 돌판에 하나님께서 십계명을 다시 친수로 기록해 주셨습니다(출 34:1, 28).
하나님께서는 또 여러 가지 율례를 주셨습니다(출 20:22-23:33). 이는 모세에 의해 기록되었는데(출 24:4, 7), 하나님의 언약이 언약서에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그 분량이 많은 것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큰 은혜입니다(참고-호 8:12). 하나님의 언약이 돌판에 새겨지고 언약서에 기록되었다 함은, 그 언약이 만대까지 영원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참고-사 30:1-8).
4. 언약의 땅에서 지킬 실천적 언약 시내산 언약을 통하여 땅에 대한 약속이 구체화되는 것은, 이제 가나안 입성이 임박하였음을 보여 줍니다. 언약을 체결하기 전 하나님께서는 “너로 내가 예비한 곳에 이르게 하리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출 23:20, 30). 하나님께서는 시내산 언약을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언약의 땅 가나안을 바라보게 하신 것입니다.
1) 약속의 땅 가나안은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통해서 약속된 땅입니다(창 12:7, 13:14-17, 15:7, 18-21, 17:8). 가나안 땅이 ‘열조에게 언약을 주신 땅’이라는 사실은, 신구약 성경에서 각 시대마다 거듭거듭 기록되었습니다. 가나안 입성이 임박한 상왕에서 받은 시내산 언약은 실제 가나안 땅에 관련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내산 언약 가운데 출애굽기 23:10-33에서는 그 땅에서 지킬 안식년과 안식일(10-13절), 3대 절기(14-19절), 그리고 그 땅을 정복하는 규례(20-33절)를 매우 구체적으로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한편, 신명기에는 하나님께서 시내산 언약을 통해 주신 십계명을 비롯한 모든 명령과 규례와 법도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서 반드시 지키고 행해야 되는 것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신 4:1, 5, 13-14, 5:31, 6:1). 그 복된 언약의 땅에서 사는 동안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약속을 믿고 순종하면, 모든 일에 풍요롭고 형통하도록 축복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신 6:18-19, 7:12-14, 8:1, 9:1, 11:9 등). 그러나 불순종하는 자는 약속의 땅에서 풍요로운 축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약속의 땅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언약을 망각하고 말씀에 불순종하여 이방 사람과 결혼하거나 우상 숭배에 빠지면 그들을 토해 버리는 땅이기 때문입니다(레 18:24-28, 20:22).
2) 왕벌을 통한 땅의 정복(하나님의 주권 역사) 약속의 땅은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땅입니다(출 29:45-46). 특히 광야와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중심이었던 성막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중에 함께하신다’는 외적인 표였습니다(출 25:22, 29:42-43).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지키면 그 땅의 정복은 하나님께서 해 주시는 것입니다(출 34:11, 레 25:18, 신 7:1, 8:1). 가나안 땅 정복은 결코 칼이나 활로 한 것이 아니라, 시내산 언약에서 약속해 주신 대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로 왕벌을 통해 이루어 주셨습니다(참고-신 7:20, 수 24:12). 특히 가나안 7족속 중에 가장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세 족속(히위, 가나안, 헷)을 멸할 때, 왕벌을 보내 주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출 23:28). 왕벌은 떼를 지어 날아다니면서 침을 쏘아 한 방에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공포의 벌입니다. 그 왕벌을 보내셔서 적들 가운데 문을 잠그고 숨어서 남아 있는 자까지 쫓아 들어가서 기어이 다 죽이게 하신다는 것입니다(신 7:20-24). 신명기에는 왕벌의 역사로 아모리 왕 시혼, 바산 왕 옥을 패배시킨 일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신 1:4, 2:26-35, 4:46-47, 29:7, 31:4).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측량할 수 없는 방법을 동원하여 주권적으로 이스라엘의 구원 역사를 이루어 오셨습니다. 약속의 하나님은 언제든지 말씀하신 그대로 이루시는 미쁘신 분입니다(고후 1:18, 20, 히 10:23, 11:11). ‘미쁘시다’ 함은, 믿음직하고 결코 꾸밈이나 거짓이 없다는 의미이며(신 7:9, 사 49:7), 이는 하나님의 속성입니다(살전 5:24, 살후 3:3, 딤후 2:13, 요일 1:9). 하나님의 미쁘심은 영원히 폐할 수 없습니다(롬 3:3). 하나님의 미쁘심이야말로 우리의 참된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