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 건축의 책임자들
(1) 브살렐 – 하나님의 그늘(보호)
이스라엘의 광야 생활 중에 주어진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는 성막 건축이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많은 물질과 최고의 재료, 최고의 기술이 있어야 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성막 건축의 책임자로 브살렐을 세우셨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첫째, 하나님께서 지명하여 부르신 자입니다.
브살렐은 유다 지파 훌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이었습니다(출 31:2, 35:30, 대상 2:20, 대하 1:5). “브살렐”은 히브리어 ‘베찰엘’로, ‘하나님의 그늘(보호)’이라는 뜻입니다(시 17:8, 36:7, 57:1, 63:7, 91:1, 사 32:2). 성막이 하나님의 그늘로서 이스라엘 백성의 영원한 안식처와 피난처가 된다는 것을 예표로 나타낸 것입니다. 브살렐을 소개할 때마다 할아버지 ‘훌’(히: 고귀)과 아버지 ‘우리’(히: 불꽃, 빛)의 이름이 함께 언급되고 있습니다(출 31:2, 35:30, 38:22, 대상 2:20, 대하 1:5). 그의 조부 훌은 출애굽 후 르비딤에서 이스라엘이 아말렉과 싸울 때 모세가 손을 내리면 전투에서 지고 손이 올라가면 이기었으므로,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도록 아론과 함께 받들었던 사람입니다(출 17:10-12). 브살렐은 그의 조부와 부친의 경건한 신앙 터전 위에서 하나님께 지명된 인물로, 하나님께서 그를 지명하여 부르신 것은, 성막을 짓기 위하여 만세 전부터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출애굽기 31:2에서 브살렐을 “지명하여 부르고”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히브리어로 ‘카라티 베솀’으로, ‘이름으로 부르시고’라는 뜻입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자기 소유로 삼거나(사 43:1, 45:3-4),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거나(참고-출 33:17), 특별한 사명을 부여하기 위해 어떤 사람을 선택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참고-사 49:1). 하나님께서는 성막 건축이라는 특별한 사명을 위하여 브살렐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신을 충만히 받은 자입니다.
출애굽기 31:3에서 “하나님의 신을 그에게 충만하게 하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충만하게 하여”는 ‘채우다, 가득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말레’의 강조(피엘)형으로, 하나님께서 브살렐에게 성령을 넘치도록 가득 부어 주셨다는 뜻입니다. 성령을 충만히 받은 브살렐은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가지 재주”를 갖추게 되었습니다(출 31:3). “지혜”(히: 호크마)는 창조적인 능력을 의미하고, “총명”(히: 테부나)은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해결 능력을 의미하며. “지식”(히: 다아트)은 일의 진행과 완성에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뜻하며, “재주”(히: 멜라카)는 이상적인 것을 실제화, 구체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기술을 뜻하는 말입니다.
출애굽기 36:1에서는 “여호와께서 지혜와 총명을 부으사 성소에 쓸 모든 일을 할 줄 알게 하심을 입은 자들”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막을 건축하는 데 필요한 최고의 기술은 사람에게서 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혜와 총명을 부어 주신 결과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사람의 의지와 인간적인 재능과 경험으로는 결코 완수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일하고자 하는 마음을 흡족하게 부어 주실 때,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지혜가 풍성해지고, 그 결과 하나님께서 설계하신 대로 완벽하게 준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성막의 공교한 일을 완수한 자입니다.
출애굽기 31:4-5에서 “공교한 일을 연구하여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들게 하며 보석을 깎아 물리며 나무를 새겨서 여러 가지 일을 하게 하고”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 “공교한 일”은 히브리어 ‘마하샤바’로, ‘고안, 기묘한 일, 고도의 노련한 기술이 요구되는 일’을 뜻합니다. 브살렐은 성령을 충만히 받아 공교한 일을 연구하고, 실제로 금과 은과 놋과 나무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일을 하였습니다. 출애굽기 38:22에서 “유다 지파 홀의 손자요 우리의 아들인 브살렐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모든 것을 만들었고”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성막의 복잡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차질 없이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브살렐에게 공교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2) 오홀리압 – 아버지의 장막
브살렐과 함께 성막 기구 제작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오홀리압이 있었습니다. 출애굽기 31:6에서 “내가 또 단 지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을 세워 그와 함께하게 하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오홀리압”은 히브리어로 ‘오홀리아브’로, ‘아버지의 장막’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일평생 삶의 터전으로 삼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기를 소원하는 부모와 간절한 신앙관이 반영된 이름입니다. 이는 장차 지어질 성막이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장막이 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브살렐과 함께 동역하였습니다.
출애굽기 31:6에 “내가 또 단 지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을 세워 그와 함께하게 하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브살렐을 총감독으로 먼저 세우시고, 오홀리압을 그를 돕는 조수(공동번역)로 세워 주셨습니다. 둘 다 성막 건축 책임자로 출애굽기 35:34에서 “또 그와 단 지파 아히사막의 아들 오홀리압을 감동시키사 가르치게 하시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감동시키사”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나탄 베립보’로, ‘주다’라는 뜻의 ‘나탄’과 ‘마음’을 뜻하는 ‘레브’와 ‘~안에’(in)를 뜻하는 전치사 ‘베’와 남성 3인칭 소유격으로 ‘그의’(his)를 뜻하는 ‘후’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그의 마음에 넣어 주다’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감동시키사’ 가르치게 하셨다는 표현은 감정적인 느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마음’에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불어넣어’ 주신 것을 의미합니다. ‘주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타탄’이 ‘마음’을 뜻하는 ‘레브’와 결합되어 사용될 때는, 대부분의 경우, ‘지혜’등을 ‘불어넣어’ 주는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출 31:6, 36:1, 왕상 3:9, 12, 대하 9:23). 하나님께서는 브살렐과 오홀리압에게 지혜를 주셨으며, 또한 그들만 일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그들 마음에 성막 건축을 위해 자원하여 모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불어넣어 주신 것입니다. 그들이 가르친 모든 내용은 마음대로 구상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감동하심을 따라 한 것입니다. 브살렐과 오홀리압은 하나님께서 부어 주신 기술을 가지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성막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풍성하게 드러내었습니다(전 4:9-12).
둘째, 오홀리압을 하나님의 지혜로 충만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홀리압에게 총명과 지혜를 부어 주셨습니다(출 35:35, 36:1). 출애굽기 31:6 하반절에 “…무릇 지혜로운 마음이 있는 자에게 내가 지혜를 주어 그들로 내가 네게 명한 것을 다 만들게 할지니”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먼저 나오는 “지혜로운”은 히브리어 ‘하캄’으로, 재능과 기술을 가진(skillful: NASB)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기술을 가졌더라도 하나님께서 “지혜”(히: 호크마)를 주시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성막이 완성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지혜는 불완전하고 어리석지만, 하나님의 지혜는 완전합니다(잠 2:7, 3:21, 미 6:9). 하나님 앞에 사람의 지혜는 무익하고 헛된 것입니다(고전 3:18-20). 그러나 하나님의 지혜는 결과에 있어서 완벽하기에,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감격과 기쁨과 흡족함을 줍니다. 성막 건축은 결코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감동과 지혜로만 진행되고 완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브살렐과 오홀리압은 성막을 짓는 데 첫째, 조각하는 일, 둘째, 공교로운 일, 셋째,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실로 수놓는 일과 짜는 일을 하고, 넷째, 그 외에 공교로운 일을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출 35:35下). 이들을 가리켜 모세는 “브살렐과 오홀리압과 및 마음이 지혜로운 사람 곧 그 마음에 여호와께로 지혜를 얻고 와서 그 일을 하려고 마음에 원하는 모든 자”라고 하였습니다(출 36:2). 성령으로 충만한 그들은 하나님의 지시와 명령 안에서 지혜롭게 생각하고 연구하여 성막의 모든 성물들을 하나님의 의도대로 아름답게 구현해 냈습니다.
구체적으로, 오홀리압은 청색 자색 홍색 실과 가는 베실로 짠 내부앙장이나 각 문의 휘장, 대제사장과 제사장의 의복을 만드는 책임 등을 맡았습니다(출 28:3, 31:6-11, 35:35, 38:23). 나아가, 언약궤나 분향단이나 진설병 상의 정금 테두리에 아름다운 장식을 조각하는 일과 그 외에 여러 가지 공교한 일을 맡았습니다(출 35:35).
(3) 이름 없는 일꾼들
하나님께서는 성막 건축의 일을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맡기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협력하도록 하셨습니다. 성경에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도와서 성막 건축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을 “무릇 지혜로운 마음이 있는 자”라고 부르셨습니다(출 31:6, 36:1-2). 이들은 하나님께서 명하신 모든 것을, 명하신 그대로 다 만들었습니다(출 31:6, 36:1).
이들이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바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지혜와 총명을 부으사 성소에 쓸 모든 일을 할 줄 알게 하심을 입었기 때문입니다(출 31:6, 35:1-2). 하나님께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능력을 부어 주실 때 무엇이든 능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빌 4:13). 지혜가 부족한 줄 알고 지혜를 달라고 구하면, 하나님께서는 꾸짖지 않으시고 후히 주십니다(약 1:5).
하나님께서는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책임자로 세우시고, 수많은 자원자들의 헌신을 통하여 각종 성막 기구를 완성하게 하셨습니다(출 36:8-39:43).
성막 건축 작업에 참여한 이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들입니다. 아무리 가지고 있는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성령의 충만을 입어야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신을 충만히 받을 때 그 마음이 간절해지고, 뜨거워지고, 지혜가 충만해집니다. 출애굽기 36:2에서 “마음에 원하는”은 히브리어 ‘네사오 리보’로, ‘그의 마음이 그를 들어올려서’라는 의미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브살렐과 오홀리압을 비롯한 일꾼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셨음을 알려 줍니다(참고-출 35:34). 성막 건축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를 총동원하여 더욱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창조적인 작업을 쉬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성물들을 완성하고 각종 기구들을 조립하여, 마침내 출애굽 제 2년 1월 1일에 성막을 완성하였습니다(출 40:1-33). 성막 건축의 일체의 과정에 하나님께서 철저히 간섭하심으로, 성막이 조금의 차질도 없이 하나님의 뜻대로 완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