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은 히브리어로 ‘예모트 올람’인데,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그 말씀이 역사 속에서 성취된 흔적 있는 과거를 말합니다(신 4:32,  사 46:9,  시 77:5-6, 11-12, 78:1-8, 143:5).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되어 온 역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원어적으로 볼 때도 ‘옛날’의 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이며,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진행되어 온 과거의 시간 전체를 의미합니다. ‘옛날’은 ‘날’을 뜻하는 히브리어 ‘욤’의 복수형 ‘예모트’와 ‘영원히’라는 뜻의 ‘올람’의 합성어이므로, 그 범위는 태고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옛날 에덴 동산에서 있었던 아담과 하와의 타락, 가인의 끔찍한 살인과 그 후예들의 불신앙적인 행동들, 노아 당시 죄악이 관영한 세대의 모습, 바벨탑을 쌓던 인간들의 교만, 아브라함에게 하신 횃불 언약과(창 15장) 그 후 이스라엘 백성이 430년간 애굽에서 종살이한 시대, 거기서 해방 받아 영광스럽게 출애굽한 일, 광야 40년의 시련 기간 등이 모세가 염두에 두었던 기억해야 할 ‘옛날’입니다. 타락한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지금까지 하나님 앞에 수많은 죄악을 저질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끊임없이 구원 역사를 진행시켜 오셨습니다. 하나님의 그 뜨거운 사랑과 눈물의 역사가 담겨 있는 세월들이 바로 ‘옛날’인 것입니다. 이 옛날을 가리켜 예레미야 6:16에서는 ‘옛적 길’, ‘선한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메시아의 약속을 믿고 성취해 가는 신앙의 노선이었습니다. 선을 지키기 위해 악과 싸우면서 닥치는 어떠한 고난도 감수하며 걸어야 했던 고난의 길이었습니다(히 11:36). 그러나 그 결과는 감사하게도 확실한 평강의 축복이 약속된 길이었습니다(렘 6:16下). 창세기의 족보 속에는 이 모든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옛날의 사건들, 선한 길,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과 눈물과 열심의 흔적들이 창세기의 족보 속에 면면히 녹아 있습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21-22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