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기억하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자카르’로서, 이것은 ‘①추억하다(출 13:33), ②생각하다(욥 7:7), ③회상하다(시 63:6), ④미래를 내다보고 생각하다(사 47:7), ⑤유의하다, 되새기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억하라’는 뜻의 ‘자카르’는 신명기에서만 열 다섯 번이나 반복되어 나타납니다(신 5:15, 7:18-2회, 8:2, 18, 9:7, 27, 15:15, 16:3, 12, 24:9, 18, 22, 25:17, 32:7). 인간은 ‘망각의 존재’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 아무리 중요한 일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마련입니다. 요셉이 꿈을 해석해 준 술 맡은 관원장이 그러했습니다(창 40:23).
사실 이스라엘의 과거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수치스러운 일들로 가득합니다. 430년간 타국의 종이 되었고(출 12:40-41), 40년 동안 나라 없이 광야에서 유랑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대마다 모세를 비롯한 여러 선지자를 통해 ‘애굽에서 종 되었던 과거’를 기억하라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출 13:3, 14, 20:2, 신 5:6, 15, 6:12 7:8, 8:14, 13:5, 10, 15:15, 16:12, 24:18, 22, 수 24:17, 삿 6:8, 렘 34:13, 미 6:4). 애굽에서의 430년 동안의 연단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성경은 그것을 자주 뜨거운 쇠 솥, 곧 ‘쇠풀무’에 비유하였습니다(신 4:20, 왕상 8:51, 렘 11:3).
또한 하나님은 고생스러운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신 8:2, 9:7). 고생하던 때를 잊어버리는 백성은 과거보다 더 심한 고난을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기억하라’고 명령하시고 가만히만 계시지 않았습니다. 선민들이 잘 기억하도록 여러 가지 기념물들을 두셨습니다. ‘기억하다(자카르)’에서 파생한 명사 ‘지카론’은 ‘기념물, 생각나게 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하나님은 ‘옛날’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이스라엘 백성에게 수많은 기념일과 기념물들을 주셨습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22-23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