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이제 두 번째로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 명령은 “옛날을 기억하라”는 첫 번째 명령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1. 역대의 연대

‘역대의 연대’와 ‘옛날’은 과거를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역대의 연대’는 ‘옛날’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세밀한 역사를 지칭합니다. ‘연대(쉐노트)’라는 말은 ‘해’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샤나’의 복수형입니다. ‘옛날’이 상당히 포괄적인 과거의 시간 전체를 포함하는 단어라면, ‘연대’는 ‘옛날’이라는 시간 속에서 특별히 의미 있고 중요한 특정 시점을 가리킵니다. 또한 ‘역대’라는 표현은 ‘세대’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도르’가 두 번 반복된 단어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 속에 나타나는 각 세대를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옛날’이 과거의 시간 속에 이루어진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가리킨다면, ‘역대의 연대’는 그 구원 역사 속에서 각 세대별로 하나님이 역사하신 구체적인 구속사적 경륜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각 세대의 구속사적 경륜을 가장 핵심적으로 압축하여 기록한 것이 ‘족보’입니다. 그러므로 ‘족보’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상고할 수 있다면 그 세대에 감추인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섭리를 밝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2. 생각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라는 말씀에서 ‘생각하라’의 히브리어 ‘빈’의 기본적인 뜻은 ‘분별과 통찰’입니다. 사물과 사건의 이치를 면밀히 관찰하여 살핌으로써 깊이 이해하고 분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열심히 연구하고 관찰하여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도 이스라엘 백성에게 ‘생각하여 보라!’고 거듭하여 말씀합니다.

이사야 51:1-2 “의를 좇으며 여호와를 찾아 구하는 너희는 나를 들을지어다 너희를 떠낸 반석과 너희를 파낸 우묵한 구덩이를 생각하여 보라 2 너희 조상 아브라함과 너희를 생산한 사라를 생각하여 보라 아브라함이 혈혈단신으로 있을 때에 내가 부르고 그에게 복을 주어 창성케 하였느니라”

 

위 구절에도 내용상 ‘역대의 연대를 통해서 나타났던 사건들과 인물들의 경험을 생각해 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과 사라의 믿음, 그리고 이스라엘의 과거 역사를 ‘생각하여 보라’는 말씀입니다. 다가올 역사적 현실이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을지라도, 아브라함에게 베푸신 언약을 생각하고, 애굽에서 종 되었던 때 하나님이 이루신 큰 역사를 하나하나 헤아려 보고 소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26-28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