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세 번째 명령은 “네 아비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이르리로다”라는 말씀입니다.

 

네 아비와 어른들

물어보는 대상은 ‘아비와 어른들’입니다. ‘아비’는, ‘아버지’를 뜻하는 히브리어 ‘아브’라는 단어로서, 일반적으로는 부모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조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아비’는 각 세대를 이끌었던 믿음의 족장들을 의미합니다.

 

또 ‘어른들’은 히브리어로 ‘자켄’인데, ‘늙은이, 장로’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장로’는 단순히 나이 든 노인이 아니라 백성들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의 장로들을 불러 출애굽에 관한 대책을 숙의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출 3:16, 18).

 

모세가 말한 ‘아비’와 ‘어른들’은 아브라함을 비롯한 믿음의 족장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을 가리키는 전문적인 용어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명하신 규례를 듣고 지켜 온 자들이요, 하나님이 주신 말씀과 규례 밖으로 넘어가지 않고, 하나님이 일으키신 역사의 실체를 조상들의 구전을 통해 교육 받은 해박한 경험자들입니다.

 

여기 역대 연대의 족장들은 대부분 장수한 인물들이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짧은 시간에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을 통해 자기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특별히 경건한 족장들이 장수하면서 수많은 세월 동안 경험하고 깨달은 영적 진리가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 속에 뿌리내린 산 지혜였습니다. 욥기 12:12에서 “늙은 자에게는 지혜가 있고 장수하는 자에게는 명철이 있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레위기 19:32에서는 “너는 센 머리 앞에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 하였고, 잠언 16:31에서는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경건하게 살면서 장수했던 역대 연대의 족장들에게 영적 지도권을 주시고 백성이 그들에게 묻게 하셨던 것입니다. 나라에 어려움이 닥칠 때 사회의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하듯이, 가나안에 입성하여 새로운 사회와 문화 속에 살아가면서 신앙에 큰 혼돈이 올 때 주저 없이 아비와 어른들에게 물을 것을 명령한 것입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28-30쪽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