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다고 실망하지 말자 (마 20:1-16)
사 55:8-9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포도원 비유에 적합한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벽부터 일한 사람이나 오후 5시에 와서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나중 온 사람부터 삯을 주는 것은 아침부터 와서 고생한 사람의 처지에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포도원 비유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말해 주고 있을까요? 이 비유에 담긴 깊고 오묘한 뜻을 함께 살펴보는 가운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하나님은 늦게까지 사람을 부르십니다.
본문의 포도원 비유에서 포도원 주인은 살아 계신 하나님을 뜻하며, 포도원은 천국, 또는 교회를 말합니다. 품꾼은 믿는 성도를 가리키며, 한 데나리온의 삯은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비유에서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품꾼을 얻기 위해 나가서 한 데나리온의 삯을 약속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시는 분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제3시·6시·9시·11시까지 포도원 주인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지금 시간으로 하면 제3시는 오전 9시에 해당합니다. 제6시는 오전 11시, 제11시는 오후 5시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주인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부르셨던 것입니다.
하루를 볼 때 오후 5시면 일을 마치기 직전입니다. 그때까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은 한마디로 인생 낙오자이며 실패자나 마찬가집니다. 이 하루의 시간을 우리 인생의 시간으로 적용해 보면, 나이 많아 이제 일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사업에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 신앙생활이나 모든 사회생활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바로 오후 5시 인생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이른 아침뿐 아니라 늦은 시각까지 사람들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며 좌절과 실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불러 주셨던 것입니다.
오후 5시 인생! 참으로 인생의 지각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자리를 얻으러 아침 일찍 나갔으나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아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낙오 인생들입니다. 그런 인생들까지도 하나님은 외면하지 않고 불러 주셨습니다.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 하신 시 27:10 말씀과 같이, 사람은 잊을지라도 하나님은 나를 잊지 않고 불러 주셨습니다(사 49:15). 누가복음 7장을 볼 때, 죄 많고 손가락질받는 막달라 마리아를 불러 거룩하고 축복 받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피해 가는 병든 자를 찾아서 불러 주셨습니다. 가난한 자도 찾아서 부하게 해 주셨습니다(고후 8:9). 참으로 소외된 자를 찾아서 천국의 주역으로 삼아 주시는 하나님, 그분이 바로 포도원 주인입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마 12:20), 세상의 약하고 없는 자들을 불러서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어리석은 자들을 불러서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입니다(고전 1:26-28).
오후 5시 인생!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사랑 속에 천국행 막차에 올라탄 인생들입니다. 그러기에 이들은 어떤 형편과 처지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더욱 충성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좌절 속에 주저앉아 있지 않습니다.
2.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 받았음을 말해 줍니다.
우리가 구원 받은 것과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은 우리의 노력이나 공로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는 것을 오늘 본문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오후 5시에 포도원에 들어온 일꾼은 6시까지 일한다 해도 1시간밖에 일하지 않았습니다. 그처럼 늦게 들어온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줬다 할 때, 그것은 분명 품꾼의 노력이나 실적에 대한 대가가 아닙니다. 전적으로 주인의 은혜요, 사랑의 표상입니다. 주인의 선물입니다.
벧전 1:18-25 말씀에도, 인간의 구원은 자신의 노력이나 공로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되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를 깨닫고 감사할 때 오후 5시, 맨 나중에 들어왔지만 가장 먼저 품삯을 받는 축복을 받게 됩니다.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는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른 아침부터 와서 부지런히 수고하며 많은 일을 하였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일했기 때문에 당연한 대가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중 된 자로 처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언제부터 와서 얼마나 많이 일했는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부른 그 시점부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충성하되 자기를 높이지 않는 자, 자기를 자랑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자랑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자가 먼저 된 자이며 가장 앞선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했다”고 고백했던 것입니다(고전 15:10). 자기의 공적을 높이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만 자랑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항상 뒤떨어지지 않고 앞서간 것입니다. 항상 선두입니다. 늦게 불러 주었지만 감사함으로, 믿음으로 선두에 서서 달려가야만 하겠습니다.
결 론 : 우리는 오후 5시 인생들입니다. 일과가 끝나는 늦은 시각까지 나를 찾아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포도원에 들어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붙잡았고, 한 데나리온을 받는 축복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그것은 결코 나의 공로나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와 사랑의 결과일 뿐입니다. 범사에 이를 깨닫고 감사하며 살아갈 때, 오후 늦게 부름 받았지만 먼저 된 자의 반열에 서서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받는 축복 받은 성도가 되는 것입니다.